워런 버핏 은퇴 전 마지막 주주서한, "돈 권력 명예는 위대하지 않다"

▲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연말 CEO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경영 승계와 사회 환원 계획, 삶의 교훈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경영 은퇴를 앞두고 내놓은 마지막 연례 주주서한에서 사회공헌을 향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돈이나 권력, 명성이 아닌 인류애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하며 누구나 자신이 본보기로 삼고 닮아갈 ‘롤모델’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0일 버크셔해서웨이는 워런 버핏 회장이 주주들에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만 95세의 버핏 회장은 올해를 끝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후임자로는 그렉 아벨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지명됐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버핏 회장이 1800주 상당의 A주 보유 지분을 4곳의 가족 자선재단에 증여한다고 전했다. 금액으로는 14억 달러(약 2조500억 원) 안팎이다.

나머지 1468억 달러(약 215조2400억 원) 상당의 지분도 99% 이상 사회 환원을 약속했으나 회사에 새 경영체제가 자리잡을 때까지는 직접 보유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대량의 지분 이동이 다른 주주들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버핏 회장은 그렉 아벨 부회장이 장기간 임기를 보내기 바란다며 자신의 자녀들과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도 그를 100% 신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와 주주들의 자산을 관리할 사람으로 그렉 아벨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할 수 없다”며 “처음 버크셔해서웨이 차기 CEO로 고려했을 때의 기대감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가족 자선재단을 운영하는 자녀들을 향한 신뢰도 이어졌다.

버핏 회장은 그의 자녀들이 이미 대규모 자산을 관리하는 데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며 이들이 우수한 자선 활동을 벌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미래를 향한 자신감도 앞세웠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앞으로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은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낮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 은퇴 전 마지막 주주서한, "돈 권력 명예는 위대하지 않다"

▲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광판에 띄워진 버크셔해서웨이 로고. <연합뉴스>

버핏 회장은 “미국은 다시 일어설 것이고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도 이를 따를 것”이라며 “우리 회사는 항상 미국에 기여하는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삶의 태도와 관련한 조언도 제시됐다. 자신이 닮고 싶은 롤모델을 선정하고 그와 닮으려 노력한다면 누구나 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버핏 회장은 “위대함은 많은 자산을 축적하거나 명성을 얻는 것, 정부에서 권력을 쥐는 것으로 달성할 수 없다”며 “누군가를 돕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타심이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가치라며 청소부와 회장은 동등한 인간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주들이 최대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해준 미국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다만 버핏 회장은 올바른 영웅을 선택하고 닮아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버핏 회장은 이를 통해 “당신이 완벽해질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는 있다”고 말하며 서한을 마무리했다.

그는 앞으로도 해마다 미국 추수감사절에 주주들에 기념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다만 연례 주주서한이 아닌 다른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런 버핏 회장은 1965년부터 약 60년에 걸쳐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끌어 왔다. ‘가치투자’를 비롯한 철학과 우수한 투자 성과로 ‘투자의 귀재’ 또는 ‘현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을 오랫동안 영웅과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며 “주주들과 허심탄회한 소통 방식은 그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가 미국과 전 세계에서 많은 백만장자의 탄생을 주도했음에도 기업은 선량해야 한다는 신념을 계속 지켜왔다는 점도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