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이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데이터 처리속도 등 성능 향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에도 산제이 메로타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상반기 HBM4 양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이 HBM4 양산을 위해선 설계 자체 변경이 필요하며, 엔비디아의 데이터 처리속도 요구 수준을 맞춘다고 해도 최종 HBM4 인증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론 HBM4 자신감에도 시장은 '물음표', SK하이닉스·삼성전자 내년 HBM4 주도 전망

▲ 엔비디아의 상향된 데이터 처리속도 요구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도 마이크론이 내년 상반기 6세대 HBM4 양산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기술 완성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따라 이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엔비디아의 인증을 기다리는 SK하이닉스와 앞선 D램 공정과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가 내년 HBM4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25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마이크론이 HBM4에서 엔비디아의 요구사항에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마이크론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산제이 메로타 마이크론 CEO는 23일(현지시각)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마이크론은 2026년 HBM4로 전환할 예정으로 업계 최고 수준인 초당 11기가비트(Gb)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제공할 수 있다”며 “첫 출하는 2026년 상반기”라고 밝혔다.

메로타 CEO의 이러한 발언은 업계에서 불거진 마이크론의 HBM4 경쟁력에 관한 의문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최근 국내외 증권가와 언론은 엔비디아가 HBM4의 속도 요구조건을 기존 초당 9Gb에서 10~11Gb까지 높이자, 마이크론이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마이크론이 HBM4의 핵심이자 전문 파운드리 공정이 필요한 ‘로직다이’ 제작에 기존 D램 공정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TSMC의 12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며,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로직다이를 제작한다.

증권가는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속도 요구조건을 만족했더라도 여전히 엔비디아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베이스다이 설계를 변경하고, 전압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출력(I/O) 속도 개선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투자자들은 한국 반도체 기업 HBM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지만, 지나친 우려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류 연구원은 “I/O의 속도는 I/O 수의 증가 대비 더 많은 전압의 증가를 유발한다”며 “I/O 속도 상향이 엔비디아 요구를 맞추는 솔루션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I/O는 입력(Input)과 출력(Output)을 뜻하는 용어로, HBM의 데이터 전송통로를 의미한다. 전압을 상승시키면 I/O 속도가 증가하지만, 그만큼 전압이 늘어나며 HBM4의 기술적 안전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요구에 맞춘 대역폭의 HBM4 샘플을 전달했다고 언급했지만, HBM4 대량 양산을 위해서는 추가 설계 변경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돼 향후 최종 인증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열린 증권사 ‘코퍼레이트 데이’ 행사에서 마이크론의 HBM4와 관련한 질문에 “엔비디아 등 고객사의 높아진 요구 사양을 충족하기에는 마이크론의 대응이 느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크론 HBM4 자신감에도 시장은 '물음표', SK하이닉스·삼성전자 내년 HBM4 주도 전망

▲ 산제이 메로타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 <마이크론>


여전히 물음표가 남은 마이크론과 비교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4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의 최종 인증을 위한 ‘고객사샘플(CS)’를 제공했으며, 인증은 올해 11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말부터 SK하이닉스가 소량의 HBM4 생산에 돌입하고, 내년 1분기부터는 HBM4 비중이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생산을 위한 양산준비도 완료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HBM4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말부터 생산에 돌입한다면, 이는 마이크론보다 최소 한 분기 더 빠른 속도다.

삼성전자는 앞선 공정 기술로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속도를 안정적으로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6세대 ‘1c D램’ 공정으로 HBM4를 제작한다. 또 4나노 공정의 활용으로 HBM4의 핵심인 로직다이 성능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4는 1c D램과 4나노 로직다이를 적용, 공급사들 중에서 가장 높은 초당 11Gb를 구현해 엔비디아 HBM 공급망 다변화 중심에 위치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