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웨이항공이 경영권 분쟁에 들어갈 상황에 놓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티웨이항공의 최대주주인 예림당의 오너 2세인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 겸 예림당 대표이사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추가 지분 매집에 필요한 자금력에서 상대적으로 대명소노그룹에 밀리고 있다. 이에 따라 나 부회장은 지분율 46%가 넘는 소액주주 민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나 부회장이 티웨이항공 인수 후 회사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2위 반열에 올려놓은 성과와 미래성장 비전을 내세워 소액주주를 설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티웨이항공과 대명소노그룹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티웨이항공은 대명소노그룹이 지난 20일 보낸 내용증명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이 대명소노그룹과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소액주주 민심 잡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티웨이항공>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20일 티웨이항공에 내용 증명을 보냈다. 내용 증명에는 나 부회장을 포함해 티웨이항공 경영진을 전면 교체하고, 추가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하라는 경영개선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명소노그룹은 이번 경영개선 요구를 시작으로 오는 3월 정기주총에 앞서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 이사 선임 주주제안 등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7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로부터 티웨이항공 지분을 인수한 뒤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대명소노그룹이 본격적으로 경영권 인수에 시동을 건 것이다.
양 측 지분율을 보면,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예림당 측(티웨이홀딩스 외 특수관계인)이 30.06%, 대명소노그룹 측(대명소노시즌, 소노인터내셔널) 26.77%이다. 이밖에 소액주주 지분이 46.5%다.
오는 3월 정기 주총에는 2024년 12월31일 기준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들만 안건 표결을 할 수 있다. 양측이 당장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도 올해 정기주총 의결권은 없다. 따라서 양측은 소액주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장을 받아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소액 주주들은 한 쪽에 힘을 싣기보다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곳에 의결권을 줄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은 2018년 8월 상장 당시 공모가로 1주당 1만2천 원을 확정했으나, 상장 이후 주가는 지속 하향세다. 2024년에도 2400~3770원 사이를 오가는 등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2년과 비교해도 주가가 그리 오르지 않았다.
나 부회장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인수 후 경영 성과와 향후 사업 비전을 내세워 경영권 유지의 정당성을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예림당은 2013년 업계 최하위권의 티웨이항공을 인수, 2023년 기준 국내 2위 LCC로 도약시켰다. 또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국내 LCC 최초로 유럽노선 정기 취항과 항공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진출 등 성장 기반을 준비해왔다.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사태 기간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1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결손금(이익잉여금)이 2022년 말 3846억 원까지 불어나는 등 큰 위기를 겪었다.
이후 해외여행 재개에 따른 사업실적 개선과 자본준비금 3453억 원의 이익잉여금 전입으로, 2024년 3분기 말 결손을 털고 182억 원의 이익잉여금을 남겼다.
다만 항공운임 하향세, 유럽 정기노선 취항에 따른 초기 비용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3분기 상장 LCC 회사 중 홀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나 부회장에게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티웨이항공은 2024년 3분기까지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1464억 원, 영업이익 1079억 원을 거뒀다. 2023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5.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4.5% 감소했다.
나 부회장이 올해 정기 주총을 넘긴다고 해도 향후 주식 공개매수 등 양측이 자금력 대결로 갈 경우, 예림당 측이 열세에 있다는 것이 재계 전문가들 시각이다.
▲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왼쪽 두 번째),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맨 왼쪽)가 2024년 5월16일 인천국제공향에서 열린 인천-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 신규 취항식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나 부회장은 1970년 생으로 단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예림당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2018년부터 티웨이항공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다가 2024년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예림당은 학습만화 ‘Why? 시리즈’로 누적 판매부수 8143만 권(2024년 9월 말 기준)을 기록한 상장 출판사다. 나 부회장은 출판업만으로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2013년 티웨이항공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티웨이항공의 유럽 장거리 노선 취항, 항공기 MRO 사업 투자 등 큰 그림을 그려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악화를 넘기기 위해 2021년 유상증사를 실시하며 사모펀드 자금 1017억 원을 끌어온 것이 경영권 분쟁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대명소노 측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로부터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