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이재명 회동' 더 난감했던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그를 응원하는 이유

김성태 IBK기업은행장(가운데)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이환주 KB국민은행장(오른쪽)과 함께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왼쪽)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경제 회복을 내걸고 6대 은행장을 만난 20일, 임금 인상과 관련해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던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에서 상반된 소식이 전해졌다.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을 앞두고 사측과 극적인 타결을 이뤄낸 것과 달리 기업은행 노조는 간담회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표를 붙잡고 ‘총파업 사태 해결 촉구 서한’을 전달하며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간담회에 나란히 앉았던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의 마음도 엇갈렸을 수밖에 없다.

이번 노사 갈등은 연초부터 두 행장의 리더십 시험대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환주 행장이 노조의 파업 예고에 곧바로 해결책을 마련한 것과 달리 김성태 행장은 추가 파업을 압박받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출구를 찾고 있다.

김성태 행장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인 만큼 임금 인상 요구를 놓고 폭넓게 협상할 수 있는 재량권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다.

이환주 행장은 지난 주 노조가 통상임금의 300% 규모 성과급과 특별격려금 1천만 원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확정하자 한 발 물러나 성과급 250%와 특별격려금 200만 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기자의눈] '이재명 회동' 더 난감했던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그를 응원하는 이유

▲ KB국민은행 노조는 20일 총투표를 진행해 전체 투표자의 85.4%의 찬성으로 사측이 제시한 합의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진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로비에 여전히 서 있는 노조의 입간판. <비즈니스포스트>


반면 김성태 행장은 지난해 말 노조의 총파업을 겪은 뒤에도 여전히 당국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책은행인 만큼 임금 인상을 위해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업은행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 속에서 돈을 더 달라고 파업을 선택했다. 더군다나 기업은행 노조원들은 다른 일반기업체 직장인과 비교하면 이미 많은 보수를 받고 있고 민간 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 안전성도 보장받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은행 노조 측에서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절대적 보상이 적은 것은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는 임금 격차에 상대적 박탈감도 커졌다.

2023년 기업은행과 국민은행 일반 행원(소속 외 근로자 제외)의 1인 평균급여는 각각 8500만 원과 1억2천만 원이다. 기업은행 행원이 국민은행 행원보다 30% 가량 적게 받는다.

하지만 10년 전인 2013년에는 기업은행과 국민은행 일반 행원의 1인 평균급여가 각각 6700만 원과 8천만 원으로 15% 가량 덜 받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국책은행이라는 걸 알고 들어왔지만 그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하게 난다는 것이다.

맘에 안 들면 나와서 이직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은행은 사실상 다른 은행으로 이직이 없는 업종이기도 하다.

기재부의 총액인건비제에 걸려 시간외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노조에 따르면 직원 1명당 마땅히 받아야 하는 시간외근무 수당 600만 원이 미지급 상태로 남아 있다.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김성태 행장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부분이다.
 
[기자의눈] '이재명 회동' 더 난감했던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그를 응원하는 이유

▲ 20일 이재명 대표가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서 은행장 간담회에 들어가기 앞서 기업은행 노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김성태 행장은 이 사안에 대해 “현재 기재부와 논의 중”이라고 얘기했고 이재명 대표는 “챙겨보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노조가 파업을 하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금융소비자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기업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 국민도 간접 피해를 볼 수 있다.

국민은행 배당금은 KB금융지주를 거쳐 대부분 외국인에게 돌아가지만 기업은행 배당금은 대부분 정부로 흘러 들어가 국가 재정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전날 기준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77%에 이른다. 반면 기업은행은 기재부가 대주주로 지분 59.5%를 들고 있다. 특수관계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까지 합치면 지분율은 68.5%까지 늘어난다.

기업은행의 순이익이 국가 재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 노사 갈등을 풀어야 할 김 행장을 응원하는 이유다.

노조와 당국 사이 끼어 있는 신세일 수 있지만 결국 중재자로 노사 갈등을 풀어야 하는 것은 김 행장의 일일 테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