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혁신을 요구받는 제4인터넷은행 문턱이 조금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시장에서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하며 상장 재수에 실패했다. 정부가 이에 더해 최근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경고장을 날린 만큼 제4인터넷은행의 인가 기준이 좀 더 촘촘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 풍선효과 지적에 케이뱅크 상장 연기, 제4인터넷은행 문턱 높아지나

▲ 인터넷은행을 향한 차가운 눈초리가 이어져 추가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는 제2금융권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 '풍선효과'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보험·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에서 가계부채 관리강화에 맞지 않는 공격적 영업형태를 보이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며 “각 업권별 동향을 지켜보고 있고 풍선효과가 커지는 것에 대비해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여러 번 가계대출 증가세를 경계하며 기존 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은행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특히 올해 초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이 가계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로 확대되면서 인터넷은행을 향한 감시의 눈초리는 더욱 강해졌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8월말 기준 34조4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7% 가량 급증했다.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을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전통 은행의 영역인 주담대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3사 가운데 토스뱅크가 아직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같은 흐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뒤 혁신을 두고는 계속해서 의심받았다”며 “시장은 제4인터넷은행이 어떤 혁신적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인터넷은행이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이어지고 있다.

케이뱅크가 최근 수요예측 부진 끝에 상장 재수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의 미래보다도 높은 가상자산 거래고객 의존도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해 기업공개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높은 업비트 의존도와 가상자산 위험 전이 가능성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며 사실상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다만 인터넷은행 등장으로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는 등의 부가 효과가 컸던 만큼 제4인터넷은행 인가 자체는 별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업계는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가 아쉬울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이 그동안 소비자에 가져온 효용이 큰 만큼 추가 인터넷은행의 등장도 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혁신 관련 부분을 떼어놓고 생각하더라도 인터넷은행 3사는 외견상 성장을 이어왔다”며 “영업 쪽에서만 본다면 케이뱅크도 상장이 미뤄졌을 뿐 꾸준히 이익을 내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정부는 결국 인터넷은행의 효용과 부작용을 고려해 더욱 고심해 인가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풍선효과 지적에 케이뱅크 상장 연기, 제4인터넷은행 문턱 높아지나

김병환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2일 경기 안양중앙시장을 찾아 상인들에 새출발기금을 홍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첫 현장행보로도 새출발기금 간담회를 열어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특히나 고금리 시기를 거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에 힘을 싣는 등 소상공인 지원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국정감사 이후인 11월 제4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환 위원장은 10일 국정감사에서 “국민이 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온라인 대환대출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에 이어 네 번째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절차를 빠르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부 인가 기준을 기다리고 있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케이뱅크 상장 무산에 회의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제4인터넷은행 인가 불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 인가 기준을 기다리는 입장인 만큼 인터넷은행 추진 컨소시엄들은 모두 언제 어떤 기준으로 나올지 관심을 최우선적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