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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의 '1천만 관객 영화' 어떻게 만드나

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 2016-09-09 14: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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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의 '1천만 관객 영화' 어떻게 만드나  
▲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대표.

“직원의 90%가 재밌다고 한다면 투자하기로 결심한다”.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대표의 철칙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가 ‘7번방의선물’ ‘변호인’ ‘부산행’ 등 1천만 관객동원 영화를 3편이나 배출한 것은 한국영화계에서 파격적인 일로 평가된다.

대기업을 모회사로 두지 않고 극장도 소유하지 않은 배급사가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어떻게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를 키워냈을까?

◆ 철저한 프리 프로덕션

김 대표는 영화 투자결정을 내릴 때 직원들이 자유롭게 시나리오를 회의의 안건에 올릴 수 있도록 격려한다. 그 뒤 모든 직원 가운데 90% 이상이 재밌다며 공감하고 확신할 때만 투자배급한다.

김 대표가 영화를 발굴하는 비법인 셈이다.

발굴된 영화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 즉 시나리오와 기획단계를 꼼꼼하게 거친다.

양은진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마케팅 팀장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신인감독이든 경력이 쌓인 감독이든 편견없이 대한다”며 “이들이 제출한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수정하고 기획단계를 꼼꼼하게 거친다”고 설명한다.

이런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두 가지다. 전 직원의 90%가 재밌다고 동참한 만큼 대중성이 확보되고 영화만 재밌다면 신인감독도 적극 기용하기 때문에 감독이 지닌 '날것 그대로의 개성'이 영화에 묻어나 차별화된다.

‘숨바꼭질’과 ‘변호인’이 대표적이다. 560만 관객을 동원해 '부산행'과 ‘곡성’ 이전까지 스릴러 장르에서 최고흥행작이었던 숨바꼭질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그린 1천만영화 변호인도 각각 신인이었던 허정 감독과 양우석 감독의 작품이다.

‘스물’의 이병헌 감독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프리 프로덕션 방식에 대해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기존의 상업성에서 벗어난 감독들의 모난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전략을 쓰더라”고 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배급할 영화를 선택하는 데에는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작은 규모가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경우 영화 라인업이 많아 배급하는 영화 사이에 여유가 적고 내부적으로도 영화 제작기간이 충돌한다. 반면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개별 영화에 맞춰 마케팅을 기획하기 때문에 한편 한편의 영화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다.

김우택 대표는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회의방식이나 의사소통의 속도를 중시하는데 이런 경영스타일도 작은 규모에 더 적합할 수 있다.

7번방의선물에 투자를 결정할 때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일주일 만에 투자결정부터 제작비까지 확정했다.

◆ 보편과 도전 강조하는 김우택의 선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전략에는 김우택 대표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 대표는 보편성과 도전을 영화 선택의 핵심기준으로 여긴다.

김 대표는 “지극히 상식적인 가치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의 '1천만 관객 영화' 어떻게 만드나  
▲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대표.
이에 따라 넥스트엔터테인먼트는 가족애를 주제로 한 영화에 강하다.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 2013년 ‘7번방의선물’과 ‘숨바꼭질’ ‘변호인’, 올해 첫 1천만영화가 된 ‘부산행’도 모두 가족애를 중심으로 설정한다.

가족애를 주제로 한 영화의 장점은 명확하다. 12세 혹은 15세 관람가가 많기에 관객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연령층이 두텁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드라마 ‘태양의후예’를 제작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드라마 태양의후예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군인이 나라에 충성하고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건 기분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소재를 시도하는 것 역시 중시한다. 김 대표는 “시장의 기존 틀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도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호’를 제작했는데 한국 최초로 모션캡처를 활용해 호랑이를 CG로 구현해낸 작품이다. 부산행 역시 한국에서 하류문화였던 좀비 장르다.

김 대표의 선택기준은 영화 배급투자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의 발로다.

김 대표는 삼성물산에서 인수합병 기획전문가로 일하다 2003년 39세에 오리온 그룹의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사장에 올랐다. 그 뒤 ‘가문의영광’시리즈와 ‘웰컴투동막골’ ‘괴물’ ‘디워’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리다 메가박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배급투자기업을 두루 거친 뒤 2008년 9월 자본금 20억 원으로 넥스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2008년 판타지로맨스물 ‘트와일라잇’ 배급으로 시작해 2009년에 17편의 영화로 매출 640억 원가량을 달성하고 2013년에는 21편의 영화로 매출 2800억 원을 내는 등 외형성장을 이뤘다. 한국영화 배급실적으로 계산한다면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성장속도는 88%에 이른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국내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투자배급 시장에서 창업 이후부터 2014년까지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 2014년 12월에는 중국의 화책미디어의 투자를 받아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설립된 지 6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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