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닝타이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1만2천 톤 규모의 탄소 배출권을 제공하기로 한 기업이다. 러닝타이드는 해조류를 통해 탄소를 흡수해 심해에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방식으로 탄소를 제거하고자 나섰다. 이들이 다른 기업들과 다른 점은 탄소흡수량을 정확히 측정해 배출권을 발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브래들리 로친 러닝타이드 전략적 파트너십 디렉터.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MS)가 1만2천 톤에 달하는 탄소 배출권을 대량 구매하기로 약속한 기업이 있다.
미국 메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 ‘러닝타이드(Running Tide)’다.
올해로 창립 7주년을 맞이한 러닝타이드는 직원 127명에 자본 규모 4백만 달러(약 54억 원)가 넘는 작은 기업이다.
이들은 해조류를 붙인 부표를 이용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심해에 가두는 계획을 실험하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잡아 바닷속에 가라앉히겠다는 공상과학영화 같은 계획이 어떻게 MS의 선택을 받은 걸까.
▲ 러닝타이드에서 제시한 '빠른 순환'과 '느린 순환' 도표. <러닝타이드> |
◆ 빠른 순환과 느린 순환
러닝타이드의 탄소 흡수 솔루션을 이해하려면 먼저 ‘빠른 순환’과 ‘느린 순환’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화석연료 안에 갇혀 있는 이산화탄소는 일명 ‘느린 순환’ 상태에 있다. 액체인 석유나 고체인 석탄은 그 자체로 안정적인 물질이라 성질이 좀처럼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산화탄소는 ‘빠른 순환’에 들어가게 된다.
가스 상태로 변해 공기 중에 풀려난 이산화탄소는 식물과 해조류 등 생명체에 흡수됐다가 이것들이 생애주기를 다하면 다시 풀려나는 순환을 반복한다.
흔히들 나무를 심어 탄소를 흡수한다는 얘기는 나무가 살아 있는 동안 몸속에 이산화탄소를 가둬두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나무가 죽는 순간 이산화탄소는 그대로 다시 풀려나 다시 온실가스로서 활동하게 된다.
러닝타이드의 전략적 파트너십 디렉터 브래들리 로친(Bradley Rochin)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줌 인터뷰에서 “러닝타이드가 추구하는 방식의 핵심은 이렇게 빠른 순환 상태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느린 순환으로 되돌리는 것에 있다”며 “해조류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상태로 생애주기를 마치고 심해로 떨어지게 되면 이산화탄소는 다시 느린 순환으로 환원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지표면에서 우리가 받는 압력을 1기압이라고 표현한다.
기압은 수면 아래로 10미터씩 들어갈 때마다 1기압씩 상승하는데 1천 미터만 넘어도 지표면과 비교해 100배가 넘는 압력을 받게 된다.
로친 디렉터는 “심해의 강력한 압력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것이 우리 목적”이라며 “한 번 심해로 떨어진 이산화탄소는 적게는 백 년에서 많게는 수천 년까지 갇혀 있게 된다”고 말했다.
러닝타이드는 이렇게 느린 순환으로 환원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전 세계 해양에 풀어놓을 수 있는 ‘탄소 부표(carbon buoy)’를 개발하고 있다.
탄소 부표들은 본체에 붙어 있던 해조류가 생애주기를 마쳤을 때 심해로 제대로 떨어지는지를 감시하는 센서를 장비하고 있다.
▲ 부표를 비롯한 자재를 옮기고 있는 직원. <러닝타이드> |
◆ 세계 최초로 해조류 흡수 탄소 측정 체계 구비
러닝타이드가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부분은 구체적으로 탄소 흡수량을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 부표는 모두 통신 장비를 갖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해조류가 얼마만큼의 탄소를 흡수했는지 파악해 정보를 송신할 수 있다.
러닝타이드 본부는 이를 수신해 중앙처리체계에서 이를 종합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탄소가 흡수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로친 디렉터는 “현재 다단계에 걸친 정량화(quantification) 분석을 거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부표에 사용할 센서는 아직 개발하고 있으며 실험실과 실제 환경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량화한 탄소 흡수량은 배출권으로 바꿔 러닝타이드와 구매 계약을 체결한 파트너들에게 제공된다.
실제로 올해 8월 러닝타이드는 북대서양 심해에 1천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환원하는 것에 성공해 여기에 해당하는 규모의 탄소 배출권을 쇼피파이에 전달했다.
로친 디렉터는 “화학 및 물리 모델을 통해 부표에 사용한 물질의 사용 전후의 상태도 파악하고 있다”며 “가장 적합한 부표의 형태를 찾기 위해 다양한 부표들을 바다에 풀어 실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아직 해조류를 부착하지 않은 상태로 순수하게 데이터 수집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데이터 수집이 목적이기 때문에 실험용 부표들은 역할을 마치면 회수될 예정이지만 최종적으로 완성된 부표들은 모두 해조류와 함께 심해로 가라앉아 탄소를 환원하게 된다.
로친 디렉터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이산화탄소 1톤을 흡수하는 것에 필요한 금액은 약 300~350달러(약 40~47만 원)다.
이를 마이크로소프트와 러닝타이드가 체결한 계약에 대입해보면 약 420만 달러(약 56억 원)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직접 포집 기술(DAC)가 톤당 비용 600달러(약 80만 원) 이상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로친 디렉터는 “현재 알려준 가격은 최종가격이 아니며 향후 기술 발전 방향에 따라 더욱 저렴해질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북유럽 국가들도 러닝타이드와 유사한 해조류를 이용한 탄소 환원 방식 실험에 나섰다.
2022년 7월 서던덴마크대학(SDU) 연구원들은 거머리말 해초를 이용한 탄소 흡수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노르웨이선급협회(DNV) 연구팀도 같은 해 4월 부표에 고정된 케이블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설탕 다시마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 러닝타이드에서 실험하고 있는 부표. <러닝타이드> |
◆ “우리는 친환경 소재만 사용한다”, 부표가 환경에 미칠 영향도 최소화
MIT테크놀로지 리뷰 등 외신들은 러닝타이드의 방식이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여러 차례 제기했다.
대표적으로 유의미한 탄소 흡수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 대량으로 풀어놓는 부표를 대량으로 풀어놓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태양광 차단과 부표에서 나온 물질로 인한 환경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친 디렉터는 이런 우려에 대해 “우리 프로젝트의 규모를 고려하면 생태학적 변화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변화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태양광 차단 문제는 주로 대형 해양 농장에서 지적되는 문제이고 우리처럼 넓은 면적에 걸쳐 작은 부표를 흩어놓는 상황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며 “부표의 물질 관련해서는 캐나다에서 우리가 사용한 물질의 분해 과정을 확인하는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닝타이드에서 제조하는 제품은 칼슘과 탄소주입 석회석 등 친환경 소재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부표에 자생하는 해조류가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지 않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로친 디렉터는 “우리는 부표를 풀어놓을 때 이미 현지 해역에서 자생하는 종을 사용한다”며 “환경 영향 평가 결과 심해 생태계에는 오히려 가라앉은 해조류가 영양분을 제공하기도 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공개된 정보만 놓고 보면 러닝타이드의 기술에 의문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탄소 부표들을 풀어놔야 유의미한 탄소흡수 규모를 달성할 수 있는지부터 탄소 포집 규모 계산 방식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실험 중인 해조류를 확인하는 러닝타이드 직원. <러닝타이드> |
◆ 이미 협력하는 아이슬란드, “한국과 일본은 파트너십 우선순위”
러닝타이드는 현재 아이슬란드 국립해양연구소와 협력해 현지에서 자생하는 해조류를 연구하고 부표의 실사용 환경을 검증하고 있다.
로친 디렉터는 “우리 부표를 테스트하는 환경에 있어 북대서양과 아이슬란드는 거의 최적의 장소였다”며 “장기적으로 이런 연구를 계속할 것이며 비슷한 환경을 가진 북태평양과 남극해 인접 국가들로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이슬란드 국립해양연구소와 같은 과학적 파트너에 이어 사업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업과 정부들도 모색하고 있다”며 “우수한 기술을 다수 보유한 기업이 포진한 한국과 일본은 내부적으로 우선순위가 아주 높은 지역으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북태평양은 해역이 넓은 것과 비교해 운항하는 선박이나 개발 지역이 적어 러닝타이드의 다양한 실험에 적합할 것이라고 평가됐다.
로친 디렉터는 “탄소 포집은 아직 새로운 분야고 짧은 기간에 다양한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며 “향후 탄소포집 분야 기술 개발에 앞서는 곳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편집자주] 폭우와 홍수, 가뭄과 폭염 등 기후재앙이 지구를 휩쓸고 있다.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즉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전 세계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기후테크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범위의 기술을 총칭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문제는 기술적 혁신을 제외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SK, LG, 한화 등 국내외 대기업들은 저마다 기후테크와 핵심기술 보유기업에 투자하고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혁신적 기술로 희망을 만들고 있는 기후테크, 기술기업과 투자자 등 관련 전문가들을 소개함으로써 기후위기의 해법을 조망하고자 한다.
[기후테크가 뜬다] '인류 미래가 걸린 기술', 한국 경제규모 2배의 시장이 열린다
[기후테크가 뜬다] (1-1) ‘수소 혼소율 세계 최고’ 한화임팩트, LNG 발전 친환경화
[기후테크가 뜬다] (1-2) 좌초자산 LNG 가스터빈 되살린다, 한화임팩트 수소 전소·수명연장 기술
[기후테크가 뜬다] (2) 초전도체 없이 핵융합 발전, MS 계약한 헬리온에너지
[기후테크가 뜬다] (3-1) 암모니아를 전기로, 3천억 투자 받은 뉴욕의 한국인 벤처 아모지
[기후테크가 뜬다] (3-2) 동창 넷이 창업 '세계 최초' 암모니아파워팩 개발, 6개국 투자 받은 아모지
[기후테크가 뜬다] (4) 해조류로 탄소 흡수한다, MS가 신뢰한 러닝타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