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월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인물로 올해 들어 금융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높은 관심을 받는 청년도약계좌도 기획부터 출시까지 사실상 김 부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은행권 과점체제 완화 방안 마련에서도 안팎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은행권 TF)’ 논의 결과가 발표된다.
금융당국은 당초 6월 말까지 결론을 내려 했으나 검토와 의견수렴 절차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발표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TF의 가장 큰 목적은 5대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깨는 것으로 곧 이를 위한 방안이 발표되는 데도 은행권에서는 긴장하는 기색을 찾기가 어렵다.
5대 시중은행 중심의 판을 깨려면 위협적인 ‘새 플레이어’가 등장해야 하는데 은행권 TF가 선보일 만한 방안만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 TF 최종 방안에 담길만한 정책으로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일단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정책을 완화하는 방안이 있다.
당장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뒤를 잇는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수요가 있다면 언제든지 인가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이 기대만큼 ‘메기’ 역할을 못 하고 있는데 추가로 사업자가 늘어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말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된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지방은행 가운데 자본금·지배구조 요건을 갖춘 곳에 시중은행 인허가를 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 왔다. 실제로 대구은행은 원론적 수준이긴 하지만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기도 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 요건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중은행과 자본 규모, 브랜드 인지도 등을 놓고 봤을 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라는 목표에 얼마큼 가 닿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시중은행과 대구은행을 단순 비교하면 원화대출금 규모가 1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이 328조4035억 원이고 대구은행은 50조2978억 원으로 6배 넘게 차이가 난다. 자기자본은 KB국민은행 36조2329억 원, 대구은행 4조9769억 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금융권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이끈 은행권 TF가 요란한 출범과 비교해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마무리되는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 외 나머지 과제에서 은행권 TF 성과가 작지 않다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5월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10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
은행권 TF는 출범하면서 은행권 경쟁촉진을 포함해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 모두 6가지를 과제로 설정했다.
손실흡수능력 제고와 관련해서는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의무 상향이 결정됐고 지배구조법과 감독규정 개정 등을 통한 성과급·퇴직금 보수체계 개선이 추진된다. 은행점포 폐쇄방안 내실화, 예대금리차 공시확대 등의 결과도 은행권 TF 회의를 통해 나왔다.
은행권 TF가 곧 내놓을 방안과 이에 대한 금융권 및 정치권의 반응은 김 부위원장을 향한 평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권 TF를 이끌어 왔다.
김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 경제 공약 전반에 대한 자문을 맡아 ‘경제 책사’로도 불린다. 청년도약계좌도 이때 함께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이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인수위원을 맡아 새 정부의 경제 정책 수립을 도왔다. 금융위 부위원장에는 지난해 5월 임명됐다.
은행권 TF는 윤석열 대통령이 2월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권 돈 잔치로 국민에게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2월22일 출범했다.
김 부위장은 은행권 TF 출범 첫날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국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은행권은 막대한 이자수익으로 역대 최고 성과를 거두고 그 수익으로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위한 혁신과 변화보다는 안전한 이자수익에만 안주하는 지나치게 보수적 영업행태 등 그동안 은행권에 대해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들을 전면 재점검하여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