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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마흔에 은퇴하다] 새해, 이민을 다시 생각해 본다

캐나다홍작가 skkhong2@gmail.com 2023-01-2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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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마흔에 은퇴하다] 새해, 이민을 다시 생각해 본다
▲ 캐나다 겨울 하늘, 미세먼지 하나 없이 새파랗다. <캐나다홍작가>
[비즈니스포스트] 새해가 되면 결심하고 다짐하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중에는 머뭇거리다가 꿈꾸기로 그치는 것도 있지만 추진력 있게 실천해서 이뤄내는 일도 있다. 절실함, 절박함이 클수록 노력하고 이뤄낼 가능성은 높아진다.

내가 사십 년간 살며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경력을 쌓아 올린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민온 것도 그런 절실함 때문이었다. 해가 바뀔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미세먼지 문제가 그 이유였다. 

한국에서 이십 년간 일 중독 입시강사로 주 100시간씩은 일했는데, 그러는 동안 호흡기도 약해져서 미세먼지를 견디는 게 남들보다 좀 더 괴로웠다. 매일 공기질 측정 앱을 수차례씩 열어 보면서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일상이 좌우되는 비합리적인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벚꽃놀이 사진에도 마스크, 잠깐 짬을 낸 휴가 여행에서도 마스크, 출퇴근 중에도 마스크, 온통 마스크를 쓰며 버티는 것은 근본 해결이 못 되었다.

호흡기를 가려도 눈과 피부가 따가웠고, 마스크에서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기도 하는 등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문제는 한국에서 피할 수 없었다.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건강도 염려되었다.

미세먼지가 도대체 뭔지, 중국과 한국의 정책은 어떤지, 해결 기미는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렇게 더 알면 알수록 이민에 대한 절실함은 커졌다.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든 문제, 개인이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범주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사고 등을 겪으면서 개인이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답답하고 무기력한 현실에서 배운 교훈이기도 했다.

이민을 고려하기 시작한 이후 두 해 동안 이런 고민과 조사를 하다가 결국 이민 신청을 했고 다시 두 해가 지나 영주권을 얻어 이주할 수 있었다.

이민 온 지 벌써 5년차인 지금은 깨끗한 공기에만 감사하는 게 아니라 캐나다의 순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에게 감동하고, 더 나은 복지정책과 안정성에 안도하며 살고 있다.

캐나다에서 살아 보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빡빡한 나라인지 더 절감하게 되었다. 죽어라 공부하고 일하면서 여유도 없이 사는 게 기본값인 한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덜 빡빡하게 살면서도 더 여유롭게 누리는 게 기본값인 캐나다에서는 사람들의 표정도 더 밝고 삶도 더 한가하다. 

세네 시면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나와서 개인 시간,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나라, 높은 GDP에 세금도 높지만 약자에 대한 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 아이들이 최고로 보호받고, 노인의 삶은 한국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노인 빈곤율이 40%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심각한 한국과 반대로 캐나다는 5%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여성의 삶도 한국보다 안정적이라서 덜 피곤하다. 당연하게 자동차보다 사람이 먼저여서 양보하고 양보받느라 운전이 스트레스였던 한국과 달리 평화롭다.

물론 어느 사회건 장단점은 다 있기에 더 원하는 것을 위해 덜 중시하는 것을 포기할 각오는 필요하다.

나는 캐나다의 깨끗한 환경과 부자 나라 복지 국가의 여유롭고 순한 사람들, 더 평등하고 개방적인 문화 등의 많은 장점이 좋아서 한국보다 느린 병원 체계라는 단점은 감수하고 살고 있다. 각자마다 가치있게 여기는 바가 다르기에 기준은 다양할 것이다.

한국도 대단한 나라이다. 눈부시게 급성장했고 역동적인 매력이 있다. 다만 우리가 거쳐온 덜 선진적인 사회풍조, 제도, 문화를 지금 개도국들이 겪고 있듯, 우리가 아직 이루지 못한 더 나은 풍토와 제도, 문화를 지닌 선진국들도 분명 있다.

만일 내가 한국에서 겪고 있는 절박한 어떤 문제를 해결할 길이 그런 더 나은 나라에 있다면, 새해에 이민을 생각해 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워커홀릭, 마흔에 은퇴하다] 새해, 이민을 다시 생각해 본다
▲ 조기은퇴 전 매해 열어 온 무료입시설명회 모습. 대다수 청중은 학부모이다. <캐나다홍작가>
지난 이삼십 년간 한국을 떠나 이민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교육문제였다. 학력고사 시대, 수능시대, 학생부종합전형 시대, 어느 시대건 한국 교육판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학생들이 모든 걸 참고 공부하는 로봇이길 당연시하고 칭송까지 하는 사회다.

이런 곳에서 아이들은 시험과 수행평가에 지쳐버리거나 공부에 관심이 없으면 소외되어 버린다. 인성은 메말라가고 학교폭력은 늘고 잔혹해졌다. 교육비도 어마어마하게 들어서 부모 사오십대 소득의 대부분이 애들 교육비에 쓰여 노후대비가 불안해지기도 한다.

사교육 시장에서 일하면서 이런 비합리적인 교육 상황을 지켜봐왔기에 한국을 떠나 학생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 부모는 덜 부담이 되는 나라로 이민을 가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갔다.

일부는 한국의 증여세와 상속세가 부당하다며 이민을 택하기도 했다. 한국 상속세 최대세율은 50%(가중 시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캐나다는 증여세 상속세가 없다. 현금은 그냥 이체해 주면 되고 부동산을 넘길 때는 사고판 것으로 간주해서 양도세와 취득세를 낼 뿐이다.

미국은 150억까지는 세금 면제이다. 열심히 일하고 세금도 낸 돈을 나중에 가족에게 물려줄 때 또 절반 가까이 뺏기는 현실, 이런 제도에 불합리합을 느끼고 이민을 가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전쟁 직후나 개도국이던 시절에는 당장 먹고사는 일이 급했기에 여유를 부릴 궁리를 하지 않았고 견딜 만 했을 수 있다.

나 역시 한국에서 일하던 이십 년 내내 제대로 쉬지 못했어도 일하는 재미 하나로 성실하게 버텼던 사람이다. 그게 기본값이자 상식인 사회니까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보다 여유롭고도 풍족한 사회가 있더라.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어느 곳이 가능할지, 내가 그걸 가지려면 뭘 해야 하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하고 계획해서 온 이민은 실패할 확률이 낮다. 섣부른 동경이 아니라 계획과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대가 새해에 이민을 꿈꾼다면, 더 조사하고 알아보면서 꼭 실천해 보길 바란다. 다행히 세계는 열려 있고 내가 살 곳을 찾아 이주할 수가 있는 세상이다. 원하는 일을 계획하고 이뤄내는 새해를 만들어 보자. 캐나다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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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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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캐나다
언제 어떤 결심, 기회가 올지 모르니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어요ㅋㅋ 그럼 이민에 대한 자신감이 더 생기겠죠?ㅋㅋ   (2023-09-26 15:42:17)
부산파이어
상속세 없는 곳으로 이민!! 공감!!!   (2023-01-25 13:11:28)
동동
한국 상속세 폐지해야 합니다. 실효세율조차 너무 높습니다.   (2023-01-24 17:4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