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비용 급증에 대한 우려도 커졌지만 당장 환손실이 늘어나 울상을 짓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과 여객수요 감소 우려 등으로 하반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환율 문제로 항공사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항공사들은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비용 급증에 대한 우려도 커졌지만 당장 환손실이 늘어나 울상을 짓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대한항공은 2051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2747억 원의 환손실을 봤다. 1년 전 같은 기간(대한항공 111억 원, 아시아나항공 53억 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은 7일 138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1일(고가 기준 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이를 감안하면 3분기에는 이들 항공사의 적자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외화부채는 각각 4조5천억 원, 4조8천억 원에 달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분기 흑자 달성에도 고환율·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로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기준으로는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부채비율 역시 6544.5%까지 치솟은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하반기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항공기 임대료 등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약 35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84억 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대형항공사(FSC)에 비해 항공기 임대료가 많아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피해는 더 커진다. 여기에 고환율 때문에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을 꺼린다는 점은 더욱 뼈아프다.
저비용항공사별 환손실 규모를 보면 티웨이항공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500억 원을 넘게 잃었고 제주항공은 260억 원, 진에어는 224억 원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환율의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에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달러의 가치가 상승해 환율도 오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잇따라 연고점을 경신하며 치솟고 있다. 이 기세대로라면 1400원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섞인 관측까지 나온다.
▲ 항공업계는 최근 유류비 하락과 9월 일본의 입국규제 완화 소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연합뉴스> |
그나마 유가 하락으로 인한 유류비 감소와 9월 일본의 입국규제 완화 소식이 항공업계에는 위안거리다.
국제 유가는 경기 침체 우려에 하락했다.
현지시각 8월3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3% 하락한 배럴당 89.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 우려로 인해 급격한 가격 변동을 겪으며 급등했다. 3월에는 배럴당 120달러 이상 올랐다.
일본 입국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 증명서 제출 규제가 완화된 것은 호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8월24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9월7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을 3차례 이상 접종한 사람은 일본에 입국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입국규제 완화 방침을 내놨다.
또한 여행사 직원이 동행하지 않는 외국인 패키지여행을 다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항공사들은 급변하는 환경 때문에 추가로 대책을 강구하는 등 하반기 수익성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항공은 9월1일 미국 워싱턴 노선을 시작으로 1등석 운용을 재개하며 수익성 재고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10월1일부터는 파리, 11월1일부터는 영국 런던·미국 애틀란타와 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도 1등석 운영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저가 항공권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대규모 특가 행사를 진행하고 마닐라·보홀·다낭·나트랑 등 동남아 노선 항공권을 13~14만 원대에, 10~12월 출발 동남아 노선 항공권을 15~18만 원대에 판매했다.
에어서울도 국제선과 국내선 전 노선을 대상으로 항공권 정기 세일 행사를 진행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같은 항공권 가격의 다양화를 반기고 있다.
대형항공사는 비지니스석의 1.5~2배 정도로 수익성이 가장 높은 1등석 운영을 통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고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대형항공사들과 경쟁 구도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