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한 후보자가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그랬듯 국회를 화려한 데뷔 무대로 만들 수도 있지만 자칫 의혹과 논란에 휩싸이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한동훈 '새로운 별' 되나 ‘조국 부메랑’ 되나, 여·야 청문회 총력전 태세

▲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5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9일 열리는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 낙마를 위해 파상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4일로 일정이 잡혔지만 9일로 미뤄졌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증인·참고인 채택과 한 후보자 측의 자료 제출 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양 쪽의 격론 끝에 민주당 측 증인으로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부장검사)과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국민의힘 측 증인으로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와 김경율 회계사가 채택됐고 청문회는 9일 열기로 했다.

여·야의 팽팽한 기싸움에 따른 청문회 연기는 한 후보자 청문회가 인사청문 정국의 최대 격전지란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 후보자가 ‘소통령’으로 불리며 윤석열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만큼 한 후보자의 청문회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고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검찰에 있을 때부터 가까이 지냈고 서로 형·동생 하며 지낼 만큼 막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한 후보자의 낙마를 통해 윤 당선인의 인사실패를 부각시키며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 청문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띄워 여론전을 펼치며 여소야대의 난국을 해쳐나가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 청문회에 쏠리는 관심이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 후보자를 스타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윤 당선인은 검찰시절 국회에 출석해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크게 주목을 받은 경험이 있다.

윤 당선인은 2020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그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국감 직후에 윤 당선인의 대통령선거후보 지지도가 급등하며 선두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 후보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국회가 정치 경험 없는 장관 후보자의 정치적 자산을 불리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부보자 인사청문회를 늦추고 지연시키고 방해할수록 청문회는 ‘별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별의 순간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거 대선주자로 떠오르던 윤 당선인을 두고 한 말로 대선 도전의 최적 시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한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그를 ‘제2의 윤석열’이 아닌 ‘제2의 조국’ 신세로 내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 후보자는 부인의 위장전입, 편법 증여, 농지법 위반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부인의 위장전입 문제는 본인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한 후보자의 부인은 2007년 5월 원래 살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부아파트에서 경기 구리시 인창동 주공아파트로 혼자 주소지를 옮겼다가 한 달 뒤 원래 주소지로 다시 전입했다. 수입차를 살 때 비용을 아끼려는 이유에서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후보자가 2004년 아버지의 사망으로 상속받은 농지를 13년 동안 소유하다 2017년 매각한 일은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상속받은 농지를 직접 농사 짓지 않으면 1년 이내에 처분하게 돼 있다. 검사로 있던 시기에 직접 농사 일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1998년 한 후보자가 자신의 어머니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아파트를 한 달 뒤 사들인 뒤 한 달 지나 근저당권이 해제된 것을 두고 편법증여 의혹도 제기된다.

한 후보자의 딸과 관련한 ‘부모 찬스’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한 후보자 딸이 스펙을 쌓는 과정에서 부모 인맥과 배경이 적잖이 활용됐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4일 한 후보자의 딸이 복지시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노트북을 한 기업으로부터 기증받았는데 해당 기업은 한 후보자 부인의 지인이 법무 담당 임원으로 있는 곳이었다고 보도했다. 그 지인은 해당 기업이 노트북 기증을 추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한 후보자 딸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한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 기업으로부터 중고 노트북 50여 대를 기증받은 일을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은 바 있다.

한 후보자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논문 6편을 써 4개 저널에 게재하고 2020~2021년 10개의 영어전자책을 출판했다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고등학생이 학업과 병행하며 여러 저작 성과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녀 스펙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이를 놓고 한 후보자 측은 “딸의 정상적 봉사활동을 무리한 프레임 씌우기로 폄훼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언론에서 딸의 ‘논문’으로 언급한 저작을 놓고도 학교 리서치 과제, 교교 대상 에세이 대회에서 작성한 에세이, 보고서 등을 모아 업로드 한 것인데 ‘논문’이라고 허위 과장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평범한 국민 눈높이에서 한 후보자 딸의 스펙 쌓기가 곱게 보일 리 없다는 것이다. 설령 그 과정에서 위법 요소가 없다 하더라도 사회적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위법적 요소가 포착되기라도 한다면 한 후보자는 물론 윤 당선인도 정부 출범 초기부터 곤혹스런 형편에 몰릴 수 있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는 조국 전 장관과 일가족 수사를 주도하며 '공정'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로 문재인정부에 등을 돌렸던 국민은 비슷한 사안이 불거진다면 언제든 윤석열정부에도 등을 돌릴 수 있다.

여소야대의 국회 역학구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임명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관 임명은 국회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이 강행할 수 있지만 총리 임명은 국회 인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총리 인준의 조건으로 내걸면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 복잡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윤 당선인이 ‘한덕수 총리 카드’ 포기를 감수하고 한동훈 후보자를 지킬 수도 있겠지만 한 후보자를 향한 국민여론이 나빠진다면 윤 당선이 한 후보자를 지키는 데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