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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가 연일 이건희에게 '화해하자'는 까닭

강우민 기자 wmk@businesspost.co.kr 2014-01-20 1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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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화해’ 제스처를 연일 취하고 있다. 법정에서 화해 메시지가 담긴 편지를 띄우는가 하면, 이번에는 방송에서 육성을 공개했다. 83살의 고령으로 삼성 가문에 해묵은 감정을 청산하고자 하는 장자의 간절한 마음일까, 아니면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일까.


  이맹희가 연일 이건희에게 '화해하자'는 까닭  
▲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이 전 회장은 2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화해을 바라는 육성을 공개했다. 이 전 회장은 "저 쪽 사람 같으면 내가 양보해야 (화해가) 안 이뤄지겠나 하고, 나는 그 쪽에서 양보를 해야 이게 화해가 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는데…”라며 "모르겠다. 내가 결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자기 잘못을 먼저 나한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머리 숙이고 '다시는 이런 일 없겠다. 형한테 미안하기도 했다'하면 내가 뭐 어떻게 하겠노. 자기가 잘못했다고 그렇게 나오면 오히려 거꾸로 '나도 잘 못 한 게 많다. 그러지 마라' 이렇게 넘어갈 수가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이 전 회장 측 법무대리인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방송에 나갈 기회가 되신다면 이맹희 회장님께서 내 목소리, 내 뜻을 직접 전달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육성을 생각하게 됐다"고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4일 서울고법 민사14(재판장 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도 이 전 회장은 직접 쓴 편지를 통해 화해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이 전 회장은 편지에서 “굴욕적일지라도 건희와 화해해 가족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건희의 거절로 화해는 꿈으로 생각한다”며 “피를 나눈 형제로 건희와 손을 잡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싶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의 계속되는 화해 제스처에 대해 삼성 가문의 장자로서 마지막 도리를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육성에서 이건희 회장이 ‘아우’로서 ‘형’한테 찾아와 ‘장자’에 대한 예우만 한다면 ‘넘어갈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이런 뜻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맹희가 연일 이건희에게 '화해하자'는 까닭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실 두 사람의 감정은 상할 때로 상해 있다. 지난해 4월 이 전 회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건희는 현재까지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며 “한 푼도 안주겠다는 탐욕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 회장은 거세게 반격했다. 이 회장은 “이맹희씨는 이미 우리 집안에서 퇴출당한 양반”이라며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라고 그러지만,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이런 이 회장의 '거친 말'을 염두에 두고 ‘굴욕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화해로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고, 육성 발언을 통해서는 ‘형의 대우’만 해준다면 소송 등을 모두 넘어갈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인 것이다. 이는 삼성 가문의 '장자'로 인정을 받게 되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장손'으로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적통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통해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CJ그룹도 지키고 삼성의 공세 속에서 아들 이재현 회장도 보호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 전 회장이 법정에서 공개한 편지에서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83살의 노인이 유언이나 다름없는 편지를 공개적으로 썼는데 진의를 왜곡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것도 사람들의 이목이 '노인의 돈욕심'으로 쏠릴까 미리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제스처에 대해 재판부의 화해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정 여론을 얻고, 이를 통해 실리를 챙기겠다는 소송 전략이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열린 재판에서 이 전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주식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고 대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주식인도 및 부당이익 반환청구를 확정했다. 이날 확정한 청구금액은 9,400억원에 이른다. 1심에서 요구한 4조849억원에 비하면 줄어든 금액이지만, 항소심 초기에 요구했던 청구금액 1,400억원보다 무료 8,000억원이나 올린 금액이다.


이 전 회장 측은 “삼성에버랜드 소송을 취하한 것은 삼성의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 관련 청구소송은 150억원 수준으로 전체 소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때문에 삼성에버랜드 소송을 취하면서 화해 제스처를 보인 것은 재판부와 여론의 동정을 얻어 이 회장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곧 화해 제스처에 ‘진성성’이 담겨있다기보다는 소송 전략의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2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최종 판결이 안나오고 원만한 화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재판부도 화해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회장 측에서 화해가 아닌 조정을 제안한 바 있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조정은 민사조정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내려지는 소송행위로, 판사나 조정위원의 중재 하에 당사자가 협상을 하는 절차인 반면, 화해는 조정과 달리 분쟁 당사자간 자율적 합의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 회장 측은 “조정의 효력은 판결이나 마찬가지”라며 “순수한 화해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조정을 제안했던 것이 진정한 화해가 아니라 소송 전략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화해 제안에 대해 이 회장 측은 단호하다. 이번 재판을 ‘재산 분할이 본질이 아니라 이를 앞장세워 삼성그룹의 정통성을 다투는’ 사안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이 전 회장의 화해 제스처에 대응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본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그룹의 전통성을 지키기 위한 소송인데도 이 전 회장이 선고를 앞두고 연일 화해 제스처를 보여줌으로써 순수한 형제간의 화해로 소송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그런 화해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재산분할 소송 항소심 선고는 2월6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2월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이병철 회장의 상속 주식을 관리했다며 모두 4조원대에 이르는 주식 인도청구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고 나머지 재산도 이 전 회장의 것으로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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