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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최태원, SK 의사결정 시스템 개편의 종착점에 도달

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 2019-02-21 16: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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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 갑작스레 SK그룹 회장이 됐을 때 SK그룹에는 제대로 된 의사결정 시스템이 없었다. 모든 권한과 힘이 나에게만 집중돼 있었다. 2004년 소버린 사태라는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최선의 극복방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7년 뉴욕에서 열린 코라이 소사이어티 초청 강연에서 한 말이다. 최 회장은 그 뒤 SK에 제대로 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골몰했다. 
 
[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784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최태원</a>, SK 의사결정 시스템 개편의 종착점에 도달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 회장이 SK그룹 지주사인 SK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으며 처음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역할을 분리하는 새 경영체제를 실험한다. 

21일 SK에 따르면 SK는 3월5일 이사회를 열고 최 회장의 이사회 의장 사임 안건을 처리한다. 3월5일 이전에는 후보추천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사외이사 및 이사회 의장 후보를 추대한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는 최 회장이 총수의 막강한 권한을 내려놓으면서까지 SK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표이사를 감시하고 감독하는 이사회 고유의 기능을 강화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뿐 아니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회장과의 '사촌경영'에서 견해차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다툼의 소지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운 이사회 의장 자리에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대로 된' 이사회를 만들겠다는 최 회장의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염 총장은 SK에 몸을 담았던 적이 없는 인사로 올해 3월 총장에서 물러남에 따라 SK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된 뒤 이사회 의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 회장이 시작하게 될 실험은 한국 재계에 없던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면서 이사회 의장에 삼성그룹 계열사 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였던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을 앉혔는데 여기서 진일보된 형태라는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시도를 두고 한국 기업문화 특성상 선임 경영자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면 이전 이사회 구성과 큰 차이가 없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었다. 외국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고려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에 오르는 사례도 많다.

최 회장은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일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을 오래 전부터 품어왔고 한 단계씩 SK그룹 지배구조를 손보다가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오는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 회장은 2004년 외국계 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공격을 받은 뒤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였다. 회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SK에 커다란 영향력을 갖을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일하는 이사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는 이사회 안에 ‘투명거래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 ‘전략위원회’, ‘인사위원회’ 등 4개의 전문위원회를 신설했고 ‘거버넌스위원회’를 설립해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이사회가 사전 심의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최 회장의 이런 노력으로 SK그룹은 지난해 초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부여한 상장사 지배구조 등급에서 가장 높은 A+를 받기도 했다.  

다만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으면 의사결정 과정과 실행 과정 사이에 간격이 생겨 SK그룹의 사업 추진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경영진과 주주의 입장이 충돌하는 사안을 놓고도 최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예전보다 덜한 경영 효율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의 결정을 내린 것은 궁극적으로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에 더 다가가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의사회 의장에게 고객, 주주, 협력업체를 넘어 SK그룹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까지 고려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조치함으로써 진정한 기업시민으로서 구실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이 고객과 주주,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지니고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SK가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자산을 공유해오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을 SK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만큼 SK구성원을 주주·고객·사회·협력업체 등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높이는 것보다 SK구성원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람직한 이사회 의장이 되려면 본인이 CEO가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최태원 회장은 CEO가 아닌 외부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세움으로써 경영계의 그런 경구조차 SK그룹에서는 불필요함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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