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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을 재계의 '모범'으로 남기고 떠나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8-05-20 11: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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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세상을 떠난 구본무 LG 대표이사 회장은 국내 4대 기업집단인 LG그룹의 3세 경영인으로 약 23년 동안 총수 역할을 맡으며 재계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LG그룹의 디스플레이와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성장동력 발굴, 지주사체제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완성 등이 모두 구 회장 시대에서 이뤄졌다.
 
구본무, LG그룹을 재계의 '모범'으로 남기고 떠나다
▲ 구본무 LG 대표이사 회장.

사람 중심의 기업 문화와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일찍부터 정경유착과도 거리를 둔 결과 LG그룹이 한국 재벌기업에 모범사례로 남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은 1995년 LG그룹 회사이름이 럭키금성에서 LG로 바뀌자마자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아버지인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장을 물려받고 경영을 총괄하게 됐다.

이후 전국을 덮친 금융위기 사태를 극복하고 LG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면서 공격적이고 뚝심 있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구 회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실었던 LG디스플레이의 LCD패널과 LG화학의 2차전지사업은 지난해 전 세계 점유율 1~2위를 차지할 정도의 규모로 급성장했다.

LG전자의 가전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LG유플러스의 통신사업도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구 회장의 취임 직전인 1994년 LG그룹 계열사의 매출 총합은 약 30조 원 수준이었다. 이후 GS와 LS, LIG그룹이 계열분리돼 나갔음에도 LG그룹 매출은 2017년 160조 원 정도로 급성장했다.

투명하고 안정적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LG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도 2003년 국내 재벌기업 최초로 이뤄졌다. LG그룹은 문재인 정부에서 지배구조의 '모범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국내 대부분 재벌기업을 뒤흔든 박근혜 게이트 사태에도 LG그룹만은 무풍지대에 남았다.

구 회장이 일찍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모임에 발걸음을 줄이는 등 정재계와 거리를 두고 정부의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사업분야도 거의 하지 않아 정경유착과 멀어졌기 때문이다.

LG그룹의 핵심 철학으로 자리잡은 정도경영과 사람 중심의 문화도 구 회장이 남긴 유산이다.

구 회장은 주요 경영진에 투명성과 도덕성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 달라고 당부해 왔다. LG그룹이 불공정거래 등으로 제재를 받은 사례는 다른 재벌기업과 비교할 때 드물다.

LG그룹이 이전부터 독립운동가와 후손을 위한 복지사업을 진행하는 점과 2015년 'LG의인상'을 만들어 타인에 귀감이 되는 일반인을 후원하는 일도 구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구 회장은 대학생의 해외탐방 프로그램 '글로벌챌린지'와 연구개발인력 유치 행사인 '테크노콘퍼런스' 등에 해마다 직접 참석하며 인재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해 2월 테크노콘퍼런스에서 "우수한 인재들과 창의적 환경을 만들어 글로벌시장을 선도하고 싶다"고 인사말을 하며 인력 유치에 직접 신경을 쏟았다.

LG그룹은 이런 노력의 결과 국내 재벌기업 가운데 평판이 가장 우수한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뿌리를 내린 성과다.

하지만 구 회장이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을 고집하며 곧바로 뒤를 이을 만한 후계자를 키우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구 회장은 2004년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딸이나 동생, 전문경영인에 자리를 물려주기보다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을 더 우선시한 것이다.

구 상무는 LG 등기이사에 선임되며 경영권을 받을 준비를 하겠지만 아직 나이와 경험이 많지 않다. 경영 능력을 충분히 증명하고 총수 역할을 맡기까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LG그룹 주요 계열사에 부회장들이 자리를 잡고 경영을 총괄하는 안정적 경영체제를 구축했고 최근까지 지주사체제를 강화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진행했다.

당분간 경영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대비한 변화로 보이지만 LG그룹에서 구 회장의 빈 자리는 클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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