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는 정부와 시장의 가교 역할을 적극 수행하면서 양쪽 모두 납득할 만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2월 취임식에서 내놓은 말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들을 대변하는 협회장으로서 정부의 관련 정책에 의견을 활발하게 내겠다는 것이다.

▲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문재인 정부가 금융을 '초강력 개혁이 필요한 대상'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특히 금융투자업은 홀대의 끝에 서있다는 말이 나돌던 점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권 회장이 취임 후 100일을 맞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이례적으로 자청한 데에도 ‘가교’ 역할을 더욱 잘 수행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투자협회가 주요 현안과 제도 개편 과제를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겠다”며 “정책 아이디어를 찾아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일자리 창출을 앞세워 한국판 ‘잡스법’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잡스법은 미국에서 2012년 4월 제정된 법안이다.

연간 매출 10억 달러를 밑도는 회사들의 기업공개(IPO)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하고 대기업에 적용되는 회계 공시기준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험자본 공급을 앞세워 증권사에 엄격하게 적용돼 왔던 레버리지비율과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자본적정성 규제를 보완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집계 결과 2017년 자본시장을 통해 스타트업 등에 공급된 자금만 20조 원에 이른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투자회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정부가 금융투자업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고 좋은 경영환경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 셈이다.

권 회장은 “혁신성장 촉진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 확대는 국가의 정책과제이자 사회적 요구”라며 “자본시장의 역할 확대가 정책과제의 우선순위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정부와 시장의 가교 역할을 강조하는 데에는 기술관료를 거쳐 민간 증권사의 사장을 지낸 독특한 이력이 뒷받침돼 있다.

권 회장은 21회 기술고시에 합격한 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년 동안 일했다. 정부와 적극 소통할 수 있으면서도 산업 중심의 정책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더불어 2009년부터 2018년 초까지 10년 가까이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해 금융투자업계의 현안을 잘 알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권 회장이 정부와 시장의 가교로서 진짜 성과를 거두려면 눈앞에 쌓인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권 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 5곳 가운데 4곳이 발행어음 인가를 아직 받지 못하는 등 ‘금융투자업 패싱’이 지속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거래 사건이 터지면서 증권사를 둘러싼 국민의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

이런 문제들을 의식한 듯 권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와 증권사의 내부통제 관련 문제를 설명하는 데에도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에 발행어음을 가급적 빠르게 인가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서도 회원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개편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산업부 관료와 증권사 사장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시장의 가교로서 금융투자업계의 문제 해결과 현안과제 성취를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