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롯데마트 중국철수 타이밍, 경영분쟁 소강과 맞물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까지 나서 중국시장 철수설을 극구 부인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롯데마트의 중국시장 철수를 공식화했다.

롯데그룹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배경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무리하게 중국시장에 진출해 롯데그룹에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며 신 회장의 경영능력을 놓고 의심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중국 롯데마트 철수를 결정한 시기를 놓고 여러 말이 나돌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롯데마트의 중국시장 철수설을 부인해 왔다.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철수설이 불거졌지만 매번 “아직 투자단계”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롯데마트 중국점포 전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말을 바꾼 셈이다.

이를 두고 중국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공격해 온 중국사업 부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그동안 버티다가 둘의 경영권 분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자 철수설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동안 유통업계 안팎에서 롯데그룹이 사드보복이 아니었어도 중국시장에서 발을 빼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됐다.

중국 롯데마트는 사드보복이 불거지기 전부터 중국에서 고전해왔다.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쌓인 누적손실만 4960억 원에 이른다.

신동주 전 부회장도 중국시장의 실패를 근거로 신 회장의 경영능력을 문제삼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 회장이 섣불리 중국시장 철수를 결정할 경우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 사실이 된다. 신 회장은 물론 황각규 사장 등 그룹의 핵심인물들이 철수설을 적극적으로 부인한 이유도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신 전 부회장이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과 결별하고 보유하고 있던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이 새 국면을 맞이하면서 신 회장도 중국사업에서 후퇴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롯데그룹의 결정은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가 8월31일 중국 롯데마트에 긴급 운영자금 3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하기로 했을 때만 해도 롯데마트 철수 징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긴급 운영자금 규모로 봤을 때 중국 롯데마트가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액수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신 전 부회장은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과 맺은 자문계약을 해지했다. 민 전 회장은 그동안 신 전 부회장 옆에서 책사 역할을 하며 강경 일변도의 전략을 이끌었다.

신 회장의 중국사업 실패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전략 역시 민 전 회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사실상 중국사업에서 언제 손을 뗄 지를 놓고 예전부터 고민해왔던 것 같다”며 “이제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아예 끝내거나 최소한 전략을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신동빈 회장도 중국시장 철수를 놓고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지주 출범을 앞두고 주가 부양을 위해 중국시장 철수를 발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동빈의 롯데마트 중국철수 타이밍, 경영분쟁 소강과 맞물려

▲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폐쇄된 중국 베이징의 롯데마트.<뉴시스>


신 회장은 앞으로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주식을 롯데지주에 현물출자하고 롯데지주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 주식 맞교환를 통해 롯데지주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4개 회사 가운데 롯데쇼핑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 주가가 오를수록 신 회장이 보유할 롯데지주 지분율도 올라가 지배력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지주사체제 전환과정에서 수혜회사로 꼽혀왔다.

그러나 롯데쇼핑 주가는 8월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안이 결정된 뒤 분할합병 대상인 4개 회사 주가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롯데쇼핑의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이유는 중국의 사드보복이 장기화하면서 실적을 놓고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롯데마트의 중국시장 철수가 알려지자 롯데쇼핑 주가는 8% 넘게 상승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 중국사업 매각은 롯데쇼핑 기업가치 정상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른 계열사보다 롯데쇼핑 주가 상승에 따른 지분율 증가효과가 가장 크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