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는 미혼이나 비혼, 또는 1인 가구와 완전히 같은 뜻은 아니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손질 과일을 살펴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혼자 살기 워크숍’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결혼이 더 이상 모든 사람의 필수 코스가 아니고, 1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에 혼자의 삶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동기였다.

그런데 글을 완성한 뒤 제목을 정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정작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혼자’는 미혼이나 비혼, 또는 1인 가구와 완전히 같은 뜻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혼자’라고 할 때 떠올리는 1인 가구는 주거 형태를, 미혼과 비혼은 혼인 여부나 결혼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는 말이다.

그런데 혼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서 주목하고 싶었던 공통점은 주거 형태나 혼인 여부와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삶을 함께 꾸려가는 동반자가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동반자는 서로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지속성과 책임을 전제로 삶의 중요한 부분을 함께 꾸려가는 사람을 뜻한다. 결혼으로 만나는 배우자가 대표적이지만, 배우자만이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친구 둘이 한집에 산다고 해보자. 월세와 집안일을 나누지만 서로의 미래까지 함께 계획하지는 않는다면, 동반자라기보다 거주지를 공유하는 관계에 가깝다.

반면 앞으로도 함께한다는 전제 아래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서로를 염두에 두고, 아플 때도 당연하듯 서로를 돌보는 사이라면 어떨까? 함께 반려동물을 들이고 그 생애를 함께 책임지기로 약속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두 사람은 동반자에 가까워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같은 집에 사는지, 결혼했는지보다 서로의 삶에서 어떤 책임을 나누기로 했는지다.

이처럼 삶을 꾸려가는 방식을 기준으로 보면, 혼자는 중요한 결정과 책임, 현재와 미래 계획의 기본 단위가 ‘우리’가 아니라 ‘나’인 사람이며, 이 차이에 따라 일상의 고민도,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도 달라진다.

그리고 이제는 그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누구와 일상을 나누고, 아플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은 누구의 도움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혼자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말에서 더 나아간 구체적인 질문과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혼자에 대한 편견은 이런 질문을 자주 가로막는다. 외롭다고 하면 “그러니까 결혼해야지”라는 말을 듣고, 아플 때 서러웠다고 하면 “혼자 사니까 그렇지”라는 답이 돌아온다.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어느새 혼자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반응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자신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에 앞서 그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부터 살피게 된다. 어려움 하나를 털어놓았다는 이유로 내 삶 전체가, 나아가 혼자인 사람들의 삶까지 통째로 불행한 것으로 규정되지는 않을까 염려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외로움과 서러움은 당연히 혼자에게만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다. 결혼을 했어도 몸이 아픈데 돌봄을 받기는커녕 다른 식구들의 밥을 차려야 하는 경우도 있고, 대화가 사라져 집이 그저 각자 잠만 자는 곳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사실만으로 돌봄과 친밀함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느끼는 욕구와 두려움, 염려에 있는 그대로 주목하면 좋겠다. 그 마음을 출발점으로 삼아, 지금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찾아보자.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걱정되는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 추구할 수 있으며, 걱정되는 일에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아플 때가 두렵다면 도움을 청할 사람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알아볼 수 있다. 일상을 나눌 상대가 필요하다면 정기적으로 만날 관계나 자리를 만들어볼 수 있다. 실질적인 도움 없이 남의 삶을 평가하는 말과, 거기에 맞서 자신의 삶을 방어하는 말이 오가는 동안에는 살펴보기 어려운 '어떻게'에 대한 생각에 집중해보자.

그리고 이 ‘어떻게’를 풀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는 관계에 있다. 누구와 무엇을 어떤 식으로 나눌 것인지를 고민해보자. 즐거운 시간을 함께할 사람, 일상의 안부를 주고받을 사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로 움직여줄 사람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내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뿐 아니라 무엇을 건넬 수 있는지도 살펴보면 좋겠다. 혼자의 삶을 안전하게 영위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반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혼자에게는 자신의 바람과 여건에 맞게 관계를 구성해갈 자유와 유연함이 있으며, 이것은 혼자의 삶이 가진 강점이다. 여러 관계에서 서로 다른 필요를 나눌 수도 있고, 원한다면 삶을 함께 꾸려갈 동반자를 찾아 나설 수도 있다. 동반자가 있는 사람도 상황과 합의에 따라 혼자의 삶으로 이행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각자의 삶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 안에서 생기는 바람과 어려움도 중요하게 다룬다는 뜻이다. 각자의 삶을 평가하는 말보다, 그 삶을 잘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말과 행동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언니의 상담실', '출근길 심리학' '혼자 살기 워크숍'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