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지주가 연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앞두고 ‘누구를 뽑느냐’에 못지않게 ‘어떻게 뽑느냐’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 자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을 넓힌 데 이어 후보군 압축 사실과 검증 일정까지 알리며 인선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 금융지주들이 연말 계열사 CEO 인사를 앞두고 후보군 선정 과정과 검증 절차를 알리며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거듭 요구하며 사후 점검까지 예고한 만큼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이번 주 들어 계열사 CEO 후보군 선정 경과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이른 시일 내에 후보군 압축 결과를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계열사 CEO 후보군 압축 사실을 알린 곳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26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생명, 하나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의 CEO 숏리스트(압축후보군)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각 계열사 후보군을 3명 이내로 추렸다는 사실과 함께 프레젠테이션을 포함한 심층면접을 거쳐 12월 최종 후보를 추천한다는 일정도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전날 신한은행장과 제주은행장 1차 압축후보군 선정 사실을 알렸다. 11월 후보군을 추가로 압축한 뒤 12월 초 최종 후보를 추천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두 금융지주의 발표는 후보 명단보다 선임 절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숏리스트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후보를 몇 단계로 추리고 어떤 검증을 거치는지, 이 과정에서 은행 임추위는 어떤 역할을 맡는지 등을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가 계열사 CEO 선임과정을 이처럼 상세히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주로 회장 선임 때 대외적으로 알리던 후보군 압축과 검증 절차를 계열사 CEO 인선에서도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인사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대응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은행 자체 임추위의 역할을 확대한 데 따른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주 중심의 계열사 CEO 선임 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다. 지주가 은행장 후보를 사실상 결정하고 은행 임추위는 형식적 검증에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지주들은 이에 따라 은행 임추위의 후보 추천과 평가 참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승계절차를 손봤다.

신한금융은 올해 처음 은행 임추위가 은행장 후보군을 자체적으로 심의해 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은행 임추위가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하나금융도 기존 은행 임추위의 후보 추천 권한에 더해 압축후보군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최종 후보 평가에는 은행 임추위원장이 참석해 의견을 전달한다.

우리금융은 은행 임추위가 후보자의 경영성과를 별도로 점검하는 절차를 신설했다. 외부 전문기관도 평가에 참여해 시장의 시각에서 경영성과를 검증하도록 했다.

KB금융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방향에 맞춰 은행 행추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계열사 CEO 선임 절차 개선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실제 인선 과정까지 점검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자회사 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인선도 점검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모두 올해 말 끝난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이 원장은 19일 국정감사에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법안에 관한 당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법 개정 전이라도 은행권 인선 절차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6일 부원장 회의에서는 연말 인사가 마무리되면 후보 선정과 검증·평가가 사전에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는지 확인하도록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금융지주들은 이 같은 사후 점검을 염두에 두고 대규모 인사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예년보다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올해 말 4대 금융에서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CEO는 주요 은행장을 포함해 모두 47명이다. 하나금융이 13명,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12명, KB금융이 10명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임기도 모두 12월31일 끝난다.

특히 최근 해킹과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책임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계열사 CEO 선임의 절차상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개별 금융지주를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각 금융지주가 계열사 CEO의 연임과 교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판단 근거와 검증 과정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4대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거듭 강조하는 사안인 만큼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귀담아듣고 있다”며 “기존에도 정해진 절차를 준수해왔지만 이번 인선에서는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