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가 건강관리 앱 루션을 통해 식단과 운동, 신체변화 등 생활데이터를 축적하며 이를 식품 추천과 쇼핑으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다만 구매이력과 건강데이터의 결합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경쟁 서비스가 앞서 있는 데다 수익모델도 정해지지 않아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가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사진은 생성형 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가 건강관리 앱 '루션'에서 식단과 운동, 신체변화 등 생활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컬리의 본업인 장보기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인데 성과를 연결하기 위한 구체화 작업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컬리 동향을 종합하면 회사는 최근까지 건강관리 앱 '루션'에서 다루는 생활데이터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이용자 저변을 확대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루션은 컬리가 2025년 9월 출시한 인공지능(AI) 기반 식단관리 앱이다. 음식 사진을 올리면 AI가 음식 종류와 칼로리, 영양정보를 분석하고 체중과 활동량, 목표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식단을 제안한다.

최근에는 가입 문턱도 낮췄다. 루션은 2025년 출시 당시 컬리 계정으로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21일 앱 업데이트를 통해 카카오와 네이버, 구글, 애플 계정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컬리 고객에게 한정됐던 서비스 이용 기반을 외부로 넓힌 것이다.

컬리가 루션을 통해 노리는 방향은 생활데이터를 다시 커머스에 활용하는 데 있다.

김형규 컬리 그로스부문 루션 트라이브 리더는 3월 '2026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에서 루션을 이용자의 일상기록(라이프로그)을 쌓는 헬스 플랫폼으로 설명하며 "헬스 데이터가 음식 추천과 커머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루션이 컬리의 개인화 상품추천을 고도화하는 데이터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루션에서 다루는 정보는 식단에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올해 체성분과 월경, 음수량, 건강검진, 운동, 단식 기록 기능 등이 차례로 추가됐다. 애플헬스와 구글 헬스커넥트를 통해 걸음 수와 활동량도 연동한다.

컬리는 자체 브랜드 '루션 바이 컬리' 체성분 체중계도 내놨다. 체중과 체지방, 근육량, 수분 등 신체정보를 측정해 루션에 자동으로 기록하는 제품이다. 식단 기록이나 목표 걸음 수 달성 등에 포인트를 주고 이를 컬리 쿠폰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이용자가 꾸준히 기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슬아 대표에게 먹거리와 건강을 연결하는 것은 컬리 창업 때부터 이어진 화두다.

김 대표는 직장생활 당시 불규칙한 식생활로 건강이 나빠진 뒤 좋은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어떻게 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컬리 창업으로 이어갔다. 과거에는 좋은 식품을 골라 빠르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면 루션에서는 고객의 식생활과 신체변화를 데이터로 파악하는 단계까지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현재도 루션과 컬리 커머스 사이 연결고리는 있다. 루션이 추천하는 식단에 포함된 식재료와 간편식을 누르면 컬리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 컬리는 2025년 9월11일 인공지능(AI) 기반 식단관리 앱 루션을 출시했다. <컬리>


하지만 데이터 측면의 연결은 아직 초기 단계다.

현재 루션의 추천이나 상품 제안에는 고객의 컬리 구매이력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입력한 목표와 체중, 활동량, 식사 기록 등이 추천의 기반이다.

컬리는 향후 구매이력을 식단 추천에 반영해 고객이 평소 선호하는 음식까지 고려할 계획을 세웠다. 자주 먹는 음식과 식습관을 토대로 맞춤형 의견을 주는 AI 피드백도 고도화하고 있다. 혈당과 수면 데이터 연동, 외부 건강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연결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생활데이터를 많이 쌓는 것만으로 사업성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상당한 이용자 기반을 갖고 있다. 루션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5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지만 먼저 출시한 건강관리 앱인 '필라이즈'와 '인아웃'은 각각 5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확보하고 있다.

필라이즈는 식단과 운동뿐 아니라 혈당과 단식 등을 함께 관리하고 있고 인아웃 역시 AI 식단 분석과 운동·체중 기록 등 루션과 겹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기록을 오래 이어가도록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 발표된 웰니스 앱 이용 연구에서는 이용 빈도가 낮거나 사용을 중단한 집단의 50%가 '기록 부담'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기록이 쌓일수록 개인화를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 루션으로서는 이용자 수뿐 아니라 기록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건강데이터의 민감성도 커머스 활용 범위를 넓힐수록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건강에 관한 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일반 개인정보 처리 동의와 별도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생활데이터를 상품추천 등으로 활용하려면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활용 범위와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함께 요구된다.

무엇보다 아직 수익모델이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루션의 주요 기능은 현재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유료화 여부와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다.컬리는 향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관리 서비스나 헬스케어 사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컬리가 최근 수익성 중심의 성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루션 역시 이용자 확대 자체보다 사업적 기여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2025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31억 원을 내며 창사 뒤 처음으로 연간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오랜 적자에서 벗어난 뒤 신사업 확대와 수익성을 함께 강조하고 있는 만큼 루션도 장기적으로는 투자 대비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컬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향후 축적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맞춤 관리 서비스나 헬스케어 사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유료화 여부와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