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김용환, 2025), ‘광장’(김보솔, 2026)은 한국적 공간을 배경으로 사람들 사이의 인연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은 연의 편지 예고편.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비즈니스포스트] 여러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김용환, 2025), ‘광장’(김보솔, 2026)은 한국적 공간을 배경으로 사람들 사이의 인연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관계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면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친구는 우정과 사랑을 다 아우를 수 있는 말이다.
연의 편지는 조현아 작가의 네이버웹툰이 원작이다.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맑고 밝은 분위기가 감싸고 있다. 서울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던 소리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 지민을 위해 용감하게 나서지만 이후 일진들의 표적이 된다. 지민이 전학을 가게 되자 소리도 시골 외할머니 집으로 내려가 3학년 2학기를 마치기로 한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전학 첫날 소리는 책상 밑에 붙어있는 편지를 발견한다.
이 작품은 소리가 차례로 숨겨진 편지를 찾아내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학 온 소리를 위해 학교 건물과 선생님, 직원을 소개하는 그림 카드로 채워져 있는 첫 번째 편지 마지막에는 암호처럼 보이는 숫자가 적혀 있다. 두 번째 편지가 있는 장소를 알려 주는힌트였다. 숫자가 도서관 청구기호라는 걸 알아낸 소리는 도서관으로 달려가 해당 책을 꺼낸다. 책 뒤 대출카드에는 정호연이라는 한 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하나씩 편지를 찾을 때마다 소리는 동수라는 아이와 마주치게 된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소리는 호연에 대해 알게 되고 호연의 편지를 매개로 동수와 가까워지게 된다. 편지와 호연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 살짝 추리서사 느낌이 가미되어 극적 긴장을 불어넣는다. 정확한 시대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은 없지만 휴대전화가 아닌 집 전화와 공중전화를 사용하고 카세트플레이어나 밀키스 같은 음료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90년대쯤으로 보인다.
학교라는 공간을 오목조목 활용해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10대 청소년들의 감성과 상상을 십분 담아내고 있다. 관리기사 아주머니가 가꾸는 비밀스런 화원, 양궁장이 있는 옥상,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연못, 등나무가 우거진 쉼터, 꽤나 울창한 학교 뒷산 등 다소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공간과 아이들의 풋풋한 정서가 어우러져 예쁜 그림을 만들어 낸다.
광장은 평양을 배경으로 한 이색적인 애니메이션이다. 배경은 평양이지만 기본 줄기는 고전적 멜로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멜로드라마는 주인공의 연애와 결혼을 방해하는 장애를 극복하고 결합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고전적 전형이다. 장애 요소는 신분, 계층, 질병 등 다양하다. 광장에서 장애물은 북한 체제가 된다.
평양 스웨덴 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보리는 얼마 있으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리의 할머니는 분단 시기 스웨덴으로 떠나 정착한 한국인으로 보리에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교통보안원 복주를 사랑하는 보리는 그녀를 두고 떠날 수가 없어서 근무 연장 신청을 한다. 하지만 벌써 2번이나 연장을 한 탓에 그의 신청은 거부된다.
이 작품은 1961년 출간된 최인훈의 소설 ‘광장’을 떠올리게 한다. 제목도 같지만 주인공 이름이 명준인 점이나 제3국으로 떠난 할머니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광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명준이다. 보리와 함께 대사관에 근무하는 통역관 명준은 실은 보리를 감시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남과 북 양쪽 체제에 회의를 느끼고 제3국행을 택한 소설 광장의 주인공처럼 명준도 자신의 임무와 보리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광장은 보리와 복주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명준의 심리적 변화가 더 시선을 끈다. 보리는 명준이 자신의 아파트 앞 동에서 자신을 감시한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척한다. 그러다 격한 감정에 휩싸인 어느 날 보리는 삶은 달걀을 명준의 아파트 창문을 향해 던져버리고, 창문 유리가 깨지면서 명준의 마음에도 균열이 생겨버린다. 보리, 복주, 명준은 모두광장에 나가고 싶지만 나가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대부분 눈이 내리고 있다. 때론 포근해 보이고 때론 쓸쓸해 보이는 눈발 아래 이들은 끝내 만나지 못 하고 다른 길로 가게 된다.
연의 편지, 광장은 그림체나 분위기가 전혀 다른 애니메이션이지만 사람들 사이의 인연을 보여준다. 그 인연이 따뜻하기도 하고 가슴 시리기도 하지만 두 편 다 울림이 있는 작품들이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