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전쟁에 세계 석유 공급망 재편 흐름, 한국 중동 대안으로 캐나다에 눈 돌려

▲ 미국과 이란 전쟁이 다시 격화되면서 글로벌 석유 공급망에 차질이 예상된다. 여러 국가와 주요 산업에 타격이 커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활발해지는 흐름도 파악된다. 일본 가나가와현 항구에 정박한 유조선 사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재개되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도 불확실해져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오일쇼크’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국가의 석유 수출에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한국이 의존을 낮추기 위해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등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재편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 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로 오일쇼크 지속, 유가 하락은 ‘착시효과’

14일(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이란에 공습을 재개하고 이란도 맞대응에 나섰다”며 “6월 체결된 휴전 협정은 사실상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다시 시작된 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3달러로 약 10% 상승했다. 다만 지난 4월 기록한 최고치와 비교하면 약 25%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를 놓고 이코노미스트는 석유 생산이 증가해 유가가 하락한 것이 아니라 정유소 가동 중단 사례가 늘어나면서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반영되었다고 분석했다.

결국 원유 가격이 낮아지고 공급도 이뤄지고 있지만 정제된 석유 제품은 부족해 가격이 미국과 이란 전쟁 이전보다 약 35~70% 높게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공급난이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예측을 전했다.

지금과 같은 오일쇼크가 앞으로 더 악화될지는 중동 지역의 수출 상황에 달려있는데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란의 공격으로 중동 지역에서 원유 정제 능력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미국과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피해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에서 교전이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개방되면 아시아의 정유 생산도 점차 회복해 여름이 끝날 무렵까지 공급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부정적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석유 제품의 가격이 지금보다 더 상승해 여러 산업과 경제 전반에 타격이 더 커질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미국 이란 전쟁에 세계 석유 공급망 재편 흐름, 한국 중동 대안으로 캐나다에 눈 돌려

▲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원유 정제설비 사진. <연합뉴스>

◆ 글로벌 원유 공급망 재편에 속도 붙어, 중동 의존 완화가 핵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 전쟁에 따른 영향을 석유 시장에 “역사상 가장 큰 충격”이라고 평가하며 “상황이 마무리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결론지었다.

중동의 원유 공급망 차질 장기화는 전 세계 각국의 석유 수급처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여전히 석유 시장에 변수로 남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디젤유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등 대서양 지역에 공급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선박 조사기관 보텍사의 믹 스트라우트만 연구원은 튀르키예가 자국에서 생산한 정제 디젤유를 재고로 비축하는 양을 늘리며 지중해 지역에 공급도 부족해질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에 전했다.

석유 공급망 불안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사례는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15일 “한국이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서둘러 중동산 물량을 대체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국 정유사들이 캐나다산 원유에 의존을 키울 수밖에 없게 됐다는 조사기관 S&P글로벌에너지의 분석이 근거로 제시됐다.

셀리나 황 S&P글로벌에너지 북미 원유시장 담당 이사는 “한국은 앞으로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데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며 “개방과 폐쇄가 반복되는 호르무즈 해협을 신뢰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미국과 이란 전쟁의 충격 이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앨버타와 밴쿠버 구간의 송유관을 통해 운송되는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미국과 중남미까지 원유 수급처를 확대하며 중동에 원유 의존을 낮추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는 일본도 이와 마찬가지로 전쟁이 벌어진 뒤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미국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는 방향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이란 전쟁에 세계 석유 공급망 재편 흐름, 한국 중동 대안으로 캐나다에 눈 돌려

▲ 한국이 석유 수급 차질 장기화에 대비해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늘리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그래픽 챗GPT 제작>

◆ 한국 에너지 공급망에 캐나다 입지 중요해져, “영구적 변화는 미지수”

S&P글로벌에너지는 한국의 캐나다산 원유 수입 확대가 미국과 이란 전쟁보다 앞서 추진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공급망 안정화에 유리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그동안 이라크에서 주로 수입하던 종류의 원유를 캐나다 및 멕시코산 원유로 상당 부분 대체했다고 전했다.

캐나다 앨버타주와 한국이 지난 4월부터 캐나다산 원유에 부과되던 관세를 폐지하기로 합의한 점도 이러한 변화에 속도가 붙는 배경으로 꼽혔다.

앨버타주 정부와 캐나다 연방정부는 하루 100만 배럴의 수송 능력을 갖춘 신규 해안 송유관 건설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캐나다가 이를 활용해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수요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 수출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미국과 이란 전쟁이 벌어진 뒤 앨버타 오일샌드에서 생산되는 중질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4월부터 6월까지 사들인 캐나다산 원유는 하루 평균 6만1천 배럴에 이른다.

다만 보텍사의 원유시장 분석가 로히트 라토드는 한국의 캐나다산 원유 수입 확대가 영구적 변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라토드 분석가는 “한국은 그동안 캐나다에서 수출하는 원유를 간헐적으로 구매하는 데 그쳤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정상적으로 개방되면 이라크산 원유 구매로 돌아설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