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최대주주 에코프라임 유상철의 야망, 군산조선소 인수로 옛 위상 되찾는다

▲ 유상철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대표이사 겸 HJ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가 HD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인수를 추진, HJ중공업의 전신인 한진중공업의 옛 위상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사진은 유 대표가 지난 2025년 10월31일 부산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해양기자협회>  

[비즈니스포스트] HJ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투자사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인수를 타진하며 ‘한국 조선 1번지’였던 HJ중공업 전신 한진중공업의 옛 위상 회복을 노리고 있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의 공격적 조선업 투자 행보의 중심에는 유상철 HJ중공업의 조선부문 대표이사가 있다. 유 대표는 에코프라임 대표도 맡고 있다.

유 대표는 대우증권 출신으로 2016년 사모펀드 키스톤에코프라임 대표로 동부건설 인수와 경영정상화로 주목을 받았다. 2021년엔 현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의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 인수를 성사시키며 이듬해 HJ중공업 조선 부문 대표로 발탁됐다. 

유 대표의 기업 체질 개선 작업에 힘입어 HJ중공업은 장기 적자 터널에서 벗어나 2024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그는 HJ중공업의 조선 사업 몸집을 더 키우기 위해 HD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인수를 타진하며, 사업 분야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조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이달부터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는 지난 3월13일 HD현대중공업과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간 체결된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 합의각서(MOA)에 따른 것으로, 양측은 실사 이후 감정평가를 거쳐 최종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기업공개를 추진했던 2021년 공시에 따르면 군산조선소의 장부가격은 8102억 원"이라며 "이후 감가상각을 감안하면 현재 장부금액은 7천억 원 내외”라며 짚었다.

강 연구원은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의 최대주주인 한국토지신탁, HJ중공업의 현금 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부채·자본 조달을 위한 여러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HJ중공업 최대주주 에코프라임 유상철의 야망, 군산조선소 인수로 옛 위상 되찾는다

▲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모습. < HD현대중공업 >


군산조선소는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1조2천억 원을 투자해 2010년 가동을 시작한 조선소다. 2010년대 조선업 장기 불황 여파로 2017년 폐쇄됐다가 2022년부터 선박 블록(선체 건조를 위한 기본단위 모듈) 제조공장으로 활용됐다.

군산조선소는 길이 700m의 도크, 1.4km의 안벽, 1650톤 급 골리앗 크레인을 갖춰 연간 벌크선 12척(재화중량톤 18만 톤급)을 건조할 수 있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군산조선소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중심 생산기지로 활용, 2028년 첫 선박을 인도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영국 해운 조선해운시황 전문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초대형원유운반선의 신조 선가는 2021년 말 1척당 1억1200만 달러에서 2024년 4월 1억305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5년 5월 1억2500만 달러로 낮아졌으나 2026년 3월 기준 1억2950만 달러로 다시 반등하고 있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HJ중공업은 컨테이너선과 특수선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2025년부터 시작된 유조선 시장 호황 국면에서 원유운반선 건조 일감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또다른 국내 중견 조선사인 대한조선은 유조선(탱커선) 위주로 수주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에만 원유운반선 1조3천억 원을 수주한 반면 HJ중공업은 같은 기간 3533억 원 규모 컨테이너선 2척 수주에 그쳤다.

조선 업계에서는 유상철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대표이사가 HJ중공업 경영 정상화에 이어 공격적 조선업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한진중공업'의 옛 위상을 되찾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1937년 부산 영도구에서 출범한 한국 최초의 현대식 조선소(철강재를 사용한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 '조선중공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9년 한진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한진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멤브레인 화물창' LNG운반선 공동건조(1995년), 한국군 최초의 대형수송함 '독도함' 진수(2002년), 당시 세계 최대규모인 8000TEU급 컨테이너선 수주(2003년) 등 국내 조선 업계가 세계 1위로 도약하기까지 주요 조선사로 활약했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시작된 글로벌 해운·조선 산업의 장기 불황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매년 수천억 원 대의 적자 수렁에 빠졌고, 국내에서는 첨예한 노사갈등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지탄을 받았다.   

HJ중공업의 지배구조는 최상위인 한국토지신탁으로부터 키스톤에코프라임→동부건설→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HJ중공업으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키스톤에코프라임,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HJ중공업 등 3곳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유상철 대표가 HJ중공업의 사업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유상철 대표는 군산조선소 인수와 관련해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사모펀드이며,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출자자들과는 (조선업) 확장을 함께 논의해왔다. 출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공동으로 투자하는 사안일 뿐"이라며 자신이 중심이 돼 조선업 확장을 주도한다는 해석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유 대표는 1964년 강원 춘천시 출신으로 춘천고를 졸업, 강원대에서 토지행정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에서 부동산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프로젝트금융본부장을 맡았고, 2011년부터는 리딩투자증권 IB본부장 전무로 활동했다.

증권업계 재직 당시 그는 부동산, 선박, 항공기, 광산 자원 개발 등 실물자산 투자업무를 담당했는데, 당시의 경험이 현재의 조선소 경영에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를 나온 이후 그는 뜻이 맞았던 인물들과 사모펀드를 결성했고, 2016년 동부건설 인수를 목적으로 결성된 사모펀드 키스톤에코프라임의 대표이사를 맡는다. 동부건설을 인수한 뒤에는 2018년까지 동부건설 미래전략실장을 맡으며 기업 경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9년까지 동부건설 경영 정상화에 한 축을 담당했던 유 대표는 2021년 8월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의 한진중공업 인수 과정에서 채권단과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지은 핵심 인물이란 게 HJ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에코프라임마린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합자회사), NHPE-오퍼스PE 컨소시엄 등 3곳이 합작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한진중공업 지분 66.85%를 2021년 인수했으나, 유상증자와 일부 매각 등을 거쳐 현재 지분율은 48.9%까지 낮아졌다.  

유 대표는 2022년 HJ중공업 조선 부문 대표로 선임된 뒤 경영관리시스템 마련, 비용관리 개선 등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친환경 연료 추진 상선 영업 재개, 특수선 사업 다각화, 노사관계 개선, 거제공장 매입 등을 추진했다.

유 대표가 부임하기 전 HJ중공업 조선 부문 영업손실 규모는 △2016년 2622억 원 △2017년 영업손실 2786억 원 △2018년 3897억 원 △2019년 182억 원 △2020년 394억 원 △2021년 583억 원 등으로 만석적자에 시달렸다. 2022년 대표로 취임한 이후 유 대표는 체질개선 작업에 나섰고 2024년 영업이익 291억 원, 2025년 549억 원으로 회사를 흑자로 돌려놨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