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리서치센터의 보조연구원, 이른바 RA(Research Assistant)를 없애고 관련 업무를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기로 하면서 증권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가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를 넘어 실제 인력 구조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미 자산관리(WM) 분야 AI 솔루션 확장에 나서며 AI 시대에 맞는 투자서비스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자본시장업계의 AI 활용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향후 찾아올 변화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미래에셋증권 RA 폐지 '파격 실험', '시기상조' vs '피할 수 없는 흐름' 논쟁 가열
② IR 끝나면 바로 뿌려지는 리포트, 리서치센터 업무지형 ‘더 빠르게, 더 넓게’
③ 증권사 AI 활용의 종착역, 초개인화 맞춤형 포트폴리오 향한다
④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 “AI시대 생존법, 판단력·차별화된 인사이트”


[비즈니스포스트] 증권사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리서치뿐 아니라 자산관리(WM)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의 로보어드바이저(RA) 경쟁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 AI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투자업계는 궁극적으로 AI 활용이 '초개인화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AI로 길 찾는 증권가③] 증권사 AI 활용 종착역 '초개인화 맞춤형 포트폴리오' 향한다

▲ 증권사들은 AI가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주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 Gemini 생성 이미지 >


다만 이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해 증권사들은 당분간 현재 방식의 투자 추천 AI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업무 가운데 리서치 만큼이나 WM도 AI 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투자 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AI 알고리즘이 자산배분과 투자 판단을 수행하는 금융 서비스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이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퀀팃·쿼터벡·콴텍 등 핀테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증권사 및 자문일임사의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자 수는 37만4853명으로, 2024년보다 약 4만9천 명(15%) 늘었다. 가입금액은 같은 기간 약 2500억 원(27%) 증가한 1조1742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 3월부터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개인형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도 시작됐다. 국내 퇴직연금시장이 450조 원 규모까지 늘어남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금액도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넘어 초개인화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축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지난해 12월 'AI와 자산운용: 패러다임의 전환 가능성 고찰' 보고서에서 “자산운용사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개별 고객의 복잡한 재무 목표, 위험 성향, 생애 주기 등을 반영해 동적으로 운용 전략을 조정하는 초개인화 투자 솔루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AI 운용역(알고리즘)을 직접 골라야 하는 반면, 초개인화 맞춤형 포트폴리오는 AI가 투자자 개인의 재무상황·목표·리스크 성향·투자 경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화한 자산배분 비중과 상품 구성안을 제시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고액 자산가만 누릴 수 있던 맞춤형 자산 관리를 소액 투자자도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망분리, 개인정보 보호 등 관련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규제 완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알고리즘 자체의 내재적 한계 및 예측 실패 가능성 △운용 성과 부진 시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사이버 보안 위협 △학습 데이터 편향성에 따른 차별적 결과 초래 가능성 △AI 모델 활용 과정에서의 잠재적 이해상충 및 불완전판매 등 우려사항도 해소해야 한다.

권민경 실장은 “AI 기반 의사결정의 불투명성, 즉 설명가능성 부족 문제는 가장 중요한 관리 과제”라며 “AI 모델이 실제 운용에 적극적으로 사용될수록 설명 가능성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모든 증권사들은 궁극적으로 초개인화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싶어하고, 언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당국이 관련 제도를 풀어주지 않는 한 당장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AI로 길 찾는 증권가③] 증권사 AI 활용 종착역 '초개인화 맞춤형 포트폴리오' 향한다

▲ 금융투자업계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증권사들은 우선 MTS에서 AI를 활용해 소액 자산가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2024년 생성형 AI를 활용한 차트 분석 서비스 ‘차분이’를 출시했다. 생성형 AI가 차트 이미지를 직접 읽고 매수·매도·손절 지점과 추세·패턴·지지 및 저항·거래량을 해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9월 MTS에 ‘공포탐욕시그널’을 도입했다. 자체 AI 모델이 종목·업종별 공포탐욕 지수를 분석해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AI가 작성한 리포트나 시황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사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등 다양한 증권사들이 MTS에서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한 시황과 주요 이슈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은 AI가 작성한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은 “국내에서도 AI 기본법 및 시행령 제정과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의 구체화 등 규제 환경이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며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시스템 안정성 확보와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