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가 올해 하반기 예정된 보건복지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김 대표가 2025년 12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복제약(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 본격 시행에 따른 수익성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판단하면서다.
14일 종근당에 따르면 회사는 보건복지부가 하반기 공고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획득을 목표로 내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5대 상위 제약사(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가운데 종근당만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서 제외된 상태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연구개발 투자 비중과 신약 개발 성과 등을 기준으로 정부가 선정하는 제도다. 약가 우대, 연구개발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 개편 정책과 맞물리면서 인증 여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3월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인데 기존 등재 의약품은 등재 시점(2012년)을 기준으로 그룹을 나눠 2036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약가 산정률은 제네릭이나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을 설정할 때 기존 오리지널 약가와 비교해 가격을 얼마 수준으로 할지 결정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여기서 일반 제약사의 경우 2029년까지 45%, 혁신형 혹은 준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2032년까지 45%로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2단계(2013년 이후 등재)까지 따져보면 약가 인하 작업은 2036년에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특례 수준의 약가가 적용된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49%,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47%의 약가 산정률을 특례 기간에 각각 적용 받게된다. 특례기간은 혁신형 4년, 준혁신형 3년이다.
신규 제네릭 등재 때도 혁신형 제약기업은 약가 가산율 60%를 기본 1년 동안 적용받는다. 국내 생산 의약품의 경우 우대 기간이 최대 3년까지 연장된다. 사용량-약가 연동제에서도 감면 혜택이 적용되는 만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의 정책적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제네릭 매출 비중이 높은 종근당으로서는 인증 여부에 따라 약가 인하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변화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실제 김영주 대표가 약가 개편안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2015년 종근당 대표이사에 취임한 제약업계의 대표적 장수 CEO다. 하지만 취임 이후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약가 제도 개편 논의 과정에서는 이런 기조를 깨고 공개 행보를 이어왔다.
그는 2025년 12월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 윤재춘 대웅 부회장과 함께 참석했으며 올해 1월 국회 정책토론회에도 직접 참여했다. 약가 인하 논의만큼은 종근당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정책토론회 당시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 인하로 모든 기업이 하향 평준화되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정부와 산업계가 충분히 논의 후 수용 가능한 범위로 재설정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약가 인하 논의에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 종근당이 국내 다른 상위권 제약사들과 달리 도입상품 비중이 높아 제네릭 약가 인하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종근당 본사 모습. <종근당>
종근당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제네릭 제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약가 개편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면역억제제 ‘타크로벨’ 등 주요 품목도 제네릭 제품에 포함된다.
국내 상위 제약사 가운데 GC녹십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제네릭 비중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은 자체 신약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종근당보다는 여유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종근당은 도입상품 비중도 높은 구조라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대웅제약의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제품은 종근당이 판매만 담당하는 구조여서 자체 신약보다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약가 개편안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여부가 향후 종근당 수익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서 제외된 배경에는 과거 리베이트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종근당은 과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았지만 2023년 자회사 경보제약의 리베이트 제공 행위가 적발된 이후 2024년 재인증 심사에서 제외됐다. 해당 위반 행위는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대표에게 다행인 지점은 그나마 올해 인증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심사 시점을 기준 5년 전 행정처분 이력이 있으면 제외됐지만 앞으로는 인증 심사 시점을 기준으로 5년 이전 종료된 위반행위는 제외 대상에서 빠지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제도 개선은 올해 하반기 예정된 혁신형 제약기업 신청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김 대표로서는 이번 인증 획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증 심사에는 의약품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등의 기준도 포함돼 있다. 종근당은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약 1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리베이트 관련 요인이 해소된다면 인증 획득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새 인증 기준에 따르면 의약품 매출이 1천억 원 이상인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매출의 7% 이상을 넘겨야 한다.
이뿐 아니라 제휴 및 협력활동, 기업경영의 투명성 등의 점수를 통해 전체 100점 만점에 65점을 넘겨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예정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