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 과로사 사건으로 불거진 포괄임금제 오남용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대대적 기획 감독과 전방위적 제도 개선에 나선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하반기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의지 등을 바탕으로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 '포괄임금' 기획 감독 착수, '제2의 런던베이글뮤지엄' 막을 수 있을까

▲ 고용노동부는 지난 26일부터 두 달간의 일정으로 청년층이 많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포괄임금 오남용 기획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의 이름 아래 청년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이 이어진다는 여론의 지적에 따라 포괄임금제 관련 불법적 관행에 대한 현장 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5일 두 달간의 일정으로 청년층이 많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포괄임금 오남용 기획 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포괄임금제란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매월 일정액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에 제수당을 포함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이는 법률에 명시된 제도는 아니나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인정돼 왔다.

이번 기획 감독은 근로시간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추가 근무 수당을 뭉뚱그려 지급하는 포괄임금제의 본래 취지가 왜곡돼, 실제로는 무임금 연장근로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에서 위법 사항이 적발될 경우 사법처리 및 과태료 부과 등 엄정 조치를 취하는 것과 함께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운영 지침을 조만간 배포하기로 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번 기획 감독 실시를 발표하며 "포괄임금을 명목으로 실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거나 법정 수당을 미지급하는 관행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노동 문화 정착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대상은 IT 업체와 청년 고용 비중이 높은 음식점, 숙박, 제과·제빵 등 서비스업종이다.

이 업종들이 주요 감독 대상으로 선정된 배경에는 해당 업종들에 대한 오남용 신고가 신고센터에 집중적으로 접수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실제 정부의 감독 리스트에 반영되고 있으며 정부가 오남용 가능성이 큰 사각지대를 정조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포괄임금제 관행 타파에 전격적으로 나선 데에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사건' 이후 높아진 비판 여론과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주요한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해당 업체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26세 청년 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 측은 고인이 사망 직전 1주간 8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노동을 은폐하고 청년 노동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 뜨거웠다. 
 
정부 '포괄임금' 기획 감독 착수, '제2의 런던베이글뮤지엄' 막을 수 있을까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고용노동부는 엘비엠(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의 모든 계열사 18개 지점을 대상으로 기획 감독을 실시해 지난달 13일 그 결과를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약 3개월간 익명 설문 및 대면 면담 등을 통해 진행했고 조사 결과 런던베이글 인천점 오픈 직전 6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주 7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심각한 장시간 노동 실태가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감독을 통해 연장근로 한도 초과, 위약 예정 금지 위반 등 5건을 형사 입건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 건강검진 미실시 등 61건에 대해 모두 8억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강관구 엘비엠 대표는 해당 기획 감독 결과가 발표된 뒤 "근로환경 관리에 미흡했던 점에 대해 구성원 여러분과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기획 감독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경영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포괄임금제 문제를 다룬 장면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며 "대통령과 장관께서 포괄임금제를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했고, 특히 청년 노동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짚었다"며 말했다.

입법 움직임도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입법 전이라도 지침을 통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강력한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포괄임금제 규제 강화를 위한 법안 처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목표로 관련 법을 개정하기 위해 노사정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포괄임금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임금대장에 실제 근로시간 및 임금액 기재 의무화, 실제 근로시간 기반 가산임금 산정 원칙 규정 등을 뼈대로 한다.

가산임금은 임금대장에 기재된 근로자의 연장근로 등 실제 근로시간 수에 따라 산정 및 지급한다는 원칙으로 규정한다.

다만 당사자 간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포괄임금 계약을 인정하도록 해 오남용의 소지를 차단했다. 노동자에게 불리하지 않거나 노동자가 동의한 경우만 포괄임금제를 예외적으로 허용토록 한 것이다.

포괄임금제 악용 근절을 향한 사회적 공감대와 여론의 지지 역시 두텁다는 점도 정부와 정치권의 개선 움직임에 강력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월8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정부의 포괄임금제 규제 강화 방침을 두고는 찬성 응답이 52%로, 반대 응답(33%)보다 19%포인트 높았다.

이번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5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셀가중)가 부여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