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두산에너빌리티가 노후 열병합발전소 현대화를 발판으로 국내 가스터빈 시장에서 실적을 키우고 있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은 가스터빈 후발주자로서 국내에서 쌓은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확대되는 가스터빈 수요에 대응해 사업기회를 넓히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국내서 가스터빈 실적 쌓아, 박지원 미국·유럽 수요도 잡는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국내에서 쌓은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확대되는 가스터빈 수요를 확보하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11차 전력수급계획에 발맞춘 국내 열병합발전소 현대화 사업이 두산에너빌리티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

열병합발전소 현대화 사업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 납품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날 GS반월열병합발전과 ‘발전소 현대화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노후 열병합발전소를 천연가스 기반의 고효율 설비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GS반월열병합발전소에 섭씨 1500도 이상으로 운영되는 H급 가스터빈을 적용해 고효율·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뿐 아니라 앞으로 수소 연료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에도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협약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현대화 사업에 필요한 주기기인 국산 가스터빈과 주요 기자재를 공급하고 EPC(설계·조달·시공) 등을 맡게 된다. GS반월열병합발전은 발전소 운영을 담당하고 국가전력망과 산업단지에 전기와 열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앞으로 열병합발전소를 포함한 국내 LNG 발전소 설비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사업의 중장기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LNG 발전소 설비 용량은 2023년 43.2GW(기가와트)에서 2038년 69.2GW로 60.2%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설비용량 증가분의 대부분은 발전공기업이 운영하는 노후 석탄발전소를 대체하는 물량으로 파악된다. 현재 국내에는 61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데 정부는 이 가운데 우선 37기를 LNG 발전소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가스터빈 제조 분야에서 GE 버노바, 지멘스 에너지, 미쓰비시중공업 등에 비해 후발주자로 평가된다.

다만 2019년 세계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을 자체 개발해 상업화한 뒤 2023년 보령신복합발전소와 2024년 안동복합발전소·분당복합발전소에 새로 개발한 가스터빈을 공급하며 사업 실적을 쌓았다.

박 회장은 2019년 가스터빈 독자모델 개발에 성공한 뒤 “격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오랜 노력 끝에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하며 중대한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며 “이번 가스터빈 개발은 국내 230여 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 육성 차원에서 발전소 전환 사업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박지원 회장은 견조한 국내 수요 바탕으로 해외 가스터빈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LNG 발전이 부각되고 있는 점은 두산에너빌리티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LNG 발전이 기존 송전망과의 호환성이 높아 추가적 변전소 개량이나 전력망 연결 공사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 이에 비용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부분에서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국내서 가스터빈 실적 쌓아, 박지원 미국·유럽 수요도 잡는다

박지원 회장이 견조한 국내 수요 바탕으로 해외 가스터빈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박 회장(왼쪽 3번째)이 2024년 3월 창원 본사에서 열린 가스·수소터빈 제작 현장 방문 행사를 찾아 초대형 가스터빈 정격부하(FSFL)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재생에너지에는 추가적 설비와 전력망 구축이 필요해 연결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LNG 발전이 우선 확대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천연가스 발전소 연결 비용은 1MW(메가와트)당 5만~10만 달러(약 7천만~1400만 원) 수준으로 태양광 발전의 절반 정도의 수치를 보인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보급 확대가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LNG 발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약 415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해 전체 전력 소비의 1.5%를 차지했다. 이 중 미국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45%에 이른다.

유럽에서는 전력원 혼합(믹스)의 탄력성을 확보하는 데 LNG 발전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어 신규 가스복합발전 사업이 확대되는 추세다.

유럽은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 47%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둥켈풀라우테(어둡고 바람이 없는 상태)’ 현상과 같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서 나오는 전력이 동시에 감소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안정적 전력 공급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2024년 11월과 12월 북유럽에서 둥켈풀라우테 현상으로 단기간 전력 공급 부족과 전력도매시장에서 가격 급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선발 가스터빈 업체들에 수주가 몰리면서 생산능력에 한계를 맞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발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포화상태를 맞으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가스터빈 및 관련 기기 수주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박 회장으로서는 국내 발전소에서 원활히 사업을 수행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후발주자로서 국내외에서 가스터빈 시장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실적을 기반으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