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8월 폭염이 발생한 스페인 론다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양산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기온상승이 세계 시민들의 수면 시간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영국 의학저널 '란셋'의 정기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5년 동안 인류의 수면 시간은 1986년~2005년 시기와 비교해 연평균 약 5%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수면 시간 감소폭이 가장 컸던 기간은 지난해로 약 6% 감소했다. 기온상승으로 밤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수면에 방해가 됐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란셋 정기 보고서에는 글로벌 전문가 122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수면 시간 외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가뭄 등 이상기후가 대중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전반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폭염은 외부 활동 가능 시간을 줄여 잠재 노동 가능 시간이 약 5120억 시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동안 폭염 사망자도 1990년대와 비교해 1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레미 파라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과학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그저 이상기후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 일상의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밤 기온 상승에 따른 수면 시간 감소는 폭염 사망자 증가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체는 잠을 자면서 활동하면서 높아졌던 체온을 조절하는데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가장 크게 감소한 지역은 중동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이었다. 이들 지역은 세계 다른 지역보다 냉방 설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곳이다.
케빈 로마스 영국 러프버러 대학 건설공학 교수는 "영국에서도 기온상승에 따른 수면 시간 감소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같은 변화에 따른 건강 영향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