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07-11 14: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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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고금리 고환율. 이른바 '3고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수출기업은 물론 내수기업까지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산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무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고,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등 대대적 구조조정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기존 자원투입 중심 산업에서 생산성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역동경제 로드맵'을 공개하고 기업들의 체질개선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재편으로 탈출구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대응 상황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그러나 일각에선 국내외 사업성이 낮은 법인과 계열사를 대상으로 추가 재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 르완다, 싱가포르, 베트남 등 사업성이 낮은 해외 법인들과 구현모 전 KT 대표 체제에서 추진한 로봇사업 등이 중점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가 수익성이 극히 저조한 해외 법인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KT 싱가포르 법인인 ‘KT ES’는 지난해 1248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KT ES는 현지 투자 사업체다.
르완다 법인인 ‘르완다 네트웍스’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5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법인은 주로 현지 네트워크 설치와 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
러시아 투자 법인인 ‘KT RUS’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사실상 휴업 상태다. 지난해 매출 없이 3억7800만 원의 순손실만 기록했다.
베트남 법인 KT DX 베트남, 아쿠아리테일 베트남, KT헬스케어 비나 등 3곳 역시 지난해 각각 2억700만 원, 2억4800만 원, 7억21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KT DX 베트남은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아쿠아리테일은 온라인 바우처 사업을, KT헬스케어 비나는 의료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해외 법인 경영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1분기 KT 분기 연결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KT의 러시아 법인 KT RUS와 베트남 헬스케어 법인 KT헬스케어 비나는 3월31일 기준 매출이 전혀 없다. 싱가포르 법인 KT ES는 1분기에도 45억68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KT는 지난해 말 경영 악화에 따라 투자 사업을 해온 아랍에미레이트(UAE) 소재 '엡실론'을 청산했다. 또 러시아에서 운영하던 데이터 서비스 업체 ‘KT 프리모리에(Primorye) IDC’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영악화에 청산했다.
▲ KT가 수익성이 극히 저조한 해외 법인과 로봇 사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는 KT가 지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해외 다른 법인들도 청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 경영 효율화를 위한 KT 본사 임직원 수 조정과 원가가 높고 수익성이 낮은 로봇 관련 계열사도 추가 구조조정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T 본사 임직원 수는 2만 명에 육박한다. 2019년 2만3천 명 규모에서 점차 줄어들어 2023년 1만9037명까지 낮췄지만, 경쟁사인 SK텔레콤 총 직원 수가 약 5500명, LG유플러스가 약 1만 명 규모인 것에 비하면 여전히 수익 대비 조직이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KT는 올해 AI와 디지털 전환(DX) 분야 사업 강화를 위해 신규 인력 1천 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KT 내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분야의 인력조정 또는 재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KT는 로봇 계열사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T의 로봇 사업은 구현모 전 대표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사업이다.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최초로 전담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수익 악화를 겪고 있는 로봇 사업에서 발을 뗄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KT는 로봇사업단을 전략신사업기획본부 내 로봇사업담당으로 격하했다. 이후 로봇 판매, 임대, 유지보수 등의 사업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B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KT의 저수익 사업(로봇 등) 부문 정리, 판매비·인건비 효율화가 별도 및 자회사 이익 개선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KT는 지난 1일 브랜드 전략실과 CEO 직속 안전·보건 총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시행하며, 윤태식 상무와 임현규 부사장을 각각 신설 조직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또 ‘AI 코어 기술담당’에 신동무 NC소프트 AI 테크 센터장을 영입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