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가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써내리는 중에도 박 대표는 저비용항공사 경쟁심화에 대비해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박병률 진에어 대표이사 전무가 수익성 개선 작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20일 진에어에 따르면 박 대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요 예측에 기반한 기재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진에어는 7일부터 국내선 지니스토어에서 기내홈쇼핑만 남기고 음료, 과자, 기념품 등의 판매를 종료했다. 국내선의 경우 비행시간이 짧아 지니스토어의 음료, 과자, 기념품 등에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착륙을 전후해 기내 판매 품목들 재고관리 등이 항공기 운항 시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시성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연휴 기간 증편, 인기노선 신규 취항 등 탄력적인 기재운용을 통해 높은 탑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7~8월 진에어의 국제선 1편당 승객 수는 199.7명으로 제주항공 158.8명 티웨이항공 187.9명 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박 대표가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항공업계의 경쟁 심화를 대비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증권업계는 최근 국내항공사들의 호시절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진에어의 2023년 연간 실적 예상치를 27% 높였으나 지속가능한 이익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최근 저비용항공사의 경쟁상황은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유가, 환율, 인건비 등의 비용상승 요인을 요금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은 그동안 제한적이었던 기재 도입이 차츰 이뤄지면서 좌석 공급이 늘어난 것을 전제로 것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운영 기재는 2019년 157대에서 2022년말 130대까지 감소했지만 2023년 말 148대, 2024년 162대 2025년 172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가와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항공사들의 하반기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의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유가 10% 상승 시 진에어의 반기순이익이 172억 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와있다.
유가는 2분기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나 최근 상승세로 전환했으며 18일엔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박 대표는 1964년 생으로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시애틀지점장, 로스앤젤레스여객지점장, 구주지역본부장을 지냈다. 2022년 1월 진에어의 대표이사로 발탁된 뒤에는 수익성 개선에 힘써 2023년 사상 최대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진에어는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6116억 원, 영업이익 1027억 원을 각각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215.4% 늘고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같은 기간 진에어의 영업이익률은 16.8%로 티웨이항공 15.9% 제주항공 11.9% 등 경쟁사 대비 높다.
기재가동 시간이 많을수록 효율성이 높다. 비슷한 고정비용을 투입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린 것인데 이는 항공기 정시성, 노선 운용 노하우, 정비와 지상조업 역량 등이 맞물린 결과다.
진에어는 신규 노선 개발과정에서도 비용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신규 노선 개발 계획이 구체화된 경우 국제선영업팀의 노선판매 담당인력, 영업지원팀의 요금 및 판매지원 담당인력 등으로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조직 운영을 유연하게 가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여부에 따라 ‘통합 LCC’가 출범할 수도 있어 박 대표가 진에어의 외형을 확대하기보단 내실을 다지는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은 현재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 필수승인국가 3곳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계열사로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로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각각 거느리고 있어 인수합병 이후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3사의 통합설이 나온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사는 코로나19가 퍼지는 동안 악화된 재무지표를 조금씩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 재무구조가 안정화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 진에어의 편명 HL7743 여객기. 해당 기체는 16일 일본 오사카 공항에서 기체결함으로 운항이 지연됐다.
각사의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진에어는 올해 상반기 390%로 지난해 말보다 218%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에어부산은 706.3%로 163.1%포인트 감소했지만 자본잠식에 빠진 에어서울이 문제다. 에어서울의 자본잠식률은 1272%로 통합 시 결손금이 커질 우려가 있다.
현행 항공사업법에는 국토교통부가 자기자본이 절반 이상 잠식된(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50% 이하)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된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통합 이전까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비용항공사 통합으로 국내 동남권 여객 수요를 확보하고 노선을 다양화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봤다.
한편 진에어에서 최근 기체결함에 따른 운항지연이 자주 발생하면서 과도한 기재 가동시간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에어가 운용 중인 기단의 평균 기령은 13.8년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기체의 기령이 평균을 웃돈다. B737-800 기체 가운데 3대는 기령이 23년이나 됐으며 B777-200 4대 및 B737-900 3대 등은 기령이 2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