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급증하는 차량 도난사고에 사후조치 등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하이오주 주도인 콜럼버스시 당국에서 제기한 소송에 직면했다.
콜럼버스 당국은 차량 도난사고가 현지 경찰 등 관계당국과 보험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청소년 사상자 발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당국에서 제기한 차량 도난사고 관련 소송에 직면했다. 사진은 현대차 미국 애라배마 공장. |
9일 미국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콜럼버스 시정부를 대변하는 변호사는 현대차와 기아를 대상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가 도난사고에 취약한 결함이 있는 차량을 계속 판매하면서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아 수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일을 방치했다는 이유다.
콜럼버스 당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발생한 현대차와 기아 차량 도난사고 건수는 하루 평균 17건으로 이전과 비교해 45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지에서 발생한 차량 도난사고 가운데 약 3분의2가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대상으로 발생했다.
시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사는 “현대차와 기아는 청소년이 손쉽게 차량을 탈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수 년 동안 판매를 지속했다”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끼치고 있는 피해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콜럼버스 당국은 지난 1년 동안 현대차와 기아 차량 도난사고로 현지 보험회사와 경찰 등 관계당국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금전적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차량을 훔친 청소년들이 이를 몰고 달아나다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도난사고를 당한 차량 소유주가 대부분 새 차량을 구매하기 쉽지 않은 취약계층이나 일반 시민이라는 점도 이번 사고 발생에 따른 피해가 커진 이유로 지목됐다.
현대차와 기아 차량이 USB케이블과 일반 드라이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탈취할 수 있어 범죄 발생을 유도한 측면이 있는 만큼 회사 측에서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대상으로 한 도난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차량을 탈취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이 널리 공유됐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2011년~2021년 사이 생산된 기아 차량, 2015년~2021년에 생산된 현대차 차량은 USB케이블과 드라이버만 있으면 간단하게 시동을 걸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 탈취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널리 퍼지고 도난사고가 급증하는 동안에도 리콜을 실시하는 등 도난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콜럼버스 이외에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당국도 이미 현대차와 기아를 대상으로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을 넘어 행정당국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이번 사건이 그만큼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폭스뉴스에 “도난사고 급증과 관련해 우려하고 있으며 차량 바퀴 잠금장치와 유리창 파손 감지센서 등 장치를 가능한 만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도난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다만 도난사고가 현재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데다 차량 도난방지 장치가 약 170달러 정도에 유료로 판매되고 있는 만큼 현대차의 사후 대응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기아 역시 폭스뉴스를 통해 현대차와 비슷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어떠한 차량도 도난에 안전할 수 없으며 2022년 출시 모델부터는 도난방지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출시된 차량의 도난사고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콜럼버스 당국은 이번 사건을 담당할 변호인단을 선임하는 등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