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 40돌을 맞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확실한 흥행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은 다양한 시선으로 야구단 운영을 통한 홍보 효과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정규리그 우승 다툼, 전국구 인기구단 타이거즈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 등 국내 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치열한 순위 싸움으로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올해 출범 40돌을 맞은 국내 프로야구는 레전드 40인 선정과 시상식, ‘조선의 4번타자’ 롯데 이대호의 은퇴투어 등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을 찾는 관객 수가 감소하는 등 흥행에는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또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부정적 이미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야구단을 운영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의 시선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야구단을 통한 마케팅에 의욕을 보이는 기업이 있는 반면 과거와 비교해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기업도 있는 등 엇갈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26일부터 50인 이상의 실외 행사 및 집회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이에 ‘가을야구’를 앞둔 야구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야구장에서 육성 응원과 취식이 허용된 데 이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풀리면 야구장 관람 문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것이다.
다만 올해 프로야구는 관중 수를 보면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는 시즌이 거의 마무리 되고 있는 21일 기준 541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29만 명을 크게 밑돌았다.
프로야구 인기 감소는 코로나19 탓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프로야구 관중 수는 1982년 출범 뒤 9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IMF 금융위기에 암흑기를 거쳤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야구 붐이 일면서 2016년 연간 관중 수 800만 시대를 열며 꾸준히 늘어났다.
그러나 2018년 아시안게임 병역혜택과 관련한 선수선발 논란을 계기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여러 논란과 함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e-스포츠 등 다양한 여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것도 인기 후퇴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 가운데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야구는 기업들의 대표적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다.
대기업은 야구단을 비롯한 스포츠구단 운영 과정에서 이익보다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손실 규모가 기업 전체 실적과 비교해 큰 수준은 아니지만 금전적으로 이득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일례로 2020년 두산그룹이 재무위기에 빠져 채권단 관리체제에 돌입했을 때 꾸준히 두산베어스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다만 흥행력이 점차 약해지면서 야구단 운영이 기업에 미치는 홍보 효과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나온다. 과거보다 야구단을 향한 투자에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모기업들이 많아졌다는 평가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B2C(일반 소비자와 거래)보다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 구조를 주력으로 하는 점도 마케팅을 통한 직접적 효과를 누리기 쉽지 않은 요소로 꼽힌다.
최근 야구계에서도 글로벌 B2B사업을 주로 하는 복수의 대기업이 야구단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풍문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야구계에서는 삼성, 기아, 한화, 두산 등이 해당 기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13연패를 놓고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라고 언급했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야구단에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일이지만 여러 야구단의 매각설에 더욱 불을 지피기도 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15년 10월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두산-삼성)에서 박용만 당시 두산그룹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프로야구와 관련한 여러 논란이 기업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일이 적지 않은 점 역시 기업들이 야구단 운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최근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운전, 도박,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부실한 팬서비스, 과거 학교폭력 행사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야구팬들은 야구단뿐 아니라 모기업도 싸잡아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야구팬들은 수년 동안 부진한 성적을 거두거나 선수 영입 등 야구단 운영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은 기업을 비판하며 트럭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과거 오너 2,3세가 야구단에 깊은 애정을 뒀던 것과 다르게 현재 주요 기업들을 이끄는 오너3,4세들이 야구단 운영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과거 LG트윈스 초대 구단주를 역임한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시즌 중에도 LG트윈스 선수들과 자주 회식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야구 사랑도 유명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그룹을 이끄는 젊은 총수들이 야구 등 스포츠단 운영에 관심이 적게 두는 건 사실”이라며 “야구단 운영을 통해 얻는 여러 효과가 과거와 비교해 크지 않다고 인식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야구단과 기존 사업 사이 시너지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SK그룹에서 야구단(SK와이번스)을 인수해 SSG랜더스를 창단한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인천광역시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청라’와 함께 2만 석 규모의 국내 두 번째 돔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쇼핑·문화·레저·엔터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몰에 야구장뿐 아니라 공연장, 전시장으로 활용할 돔구장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SSG닷컴에서 SSG랜더스 유니폼과 굿즈 특가 판매, 야구 경기와 연계한 ‘스타벅스 데이’, ‘노브랜드 버거 데이’ 진행 등 본업과 연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SSG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주 SSG랜더스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야구단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인천 SSG랜더스필드(SSG랜더스 홈구장) 클럽하우스 리모델링, 메이저리거 추신수·김광현 영입 등 야구단 투자에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SSG랜더스가 올해 좋은 성적도 거두며 홍보 효과와 야구단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프로야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로서 모기업들 홍보나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소가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2년 7월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노브랜드 버거 데이'를 맞아 특별 유니폼을 착용하고 신세계그룹의 마스코트인 '제이릴라'와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