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최대 타격은 반도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총파업 예고'에 하청노조 교섭까지

▲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노조 교섭 요구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프로>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10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된 후 이틀 동안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하청노조가 크게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이나 협력사 노조 리스크까지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산업구조 상 수많은 협력사를 두고 있고, 생산라인이 하루만 멈추더라도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노란봉투법 시행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첫 대규모 파업 사례가 삼성전자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반 노조로 등극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지난 9일부터 총파업 쟁의권 확보를 위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데, 투표 시작 9시간30분 만에 투표율 50%를 달성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이미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결된다면 삼성전자 노조는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파업의 강도는 지난 2024년 7월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10일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가 쟁의행위 가운데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조에 배상을 청구하는 데 제한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단일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이 탄생하면서 파업 참여 인원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파업 당시에는 참여 인원이 1천 명 미만에 그쳤으며, 실제 파업에 따른 반도체 생산 차질도 없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노란봉투법으로) 기업이 새로운 환경에 처했다"며 "삼성이 넘어야 할 여러 산 가운데 큰 산이 바로 노사 관계"라고 말했다.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노란봉투법에는 기존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틀 동안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조는 모두 453곳에 이른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를 넘어 발주처인 SK하이닉스에도 단체교섭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에는 SK에코플랜트가 짓고 있는 SK하이닉스 청주 반도체 공장과 관련, 협력사에서 해고된 노조원들이 SK하이닉스와 SK그룹을 상대로 부당해고를 해결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웨이퍼 용기 세척 협력사 '이앤에스' 노조도 통상임금 지급 문제를 원청인 삼성전자가 해결할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또 반도체 물류 운반을 담당하는 협력사 '명일' 노조는 원청인 삼성전자에 고용승계, 해고자 복직, 과도한 업무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최대 타격은 반도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총파업 예고'에 하청노조 교섭까지

▲ SK에코플랜트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에는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뒤에는 삼성이나 SK 같은 원청사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판단되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수천 개의 협력사가 얽힌 복잡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어, 그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재 진행 중인 평택과 용인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의 수많은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행동을 할 경우, 반도체 공장 완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설비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인데, 노사 갈등으로 지연된다면 반도체 산업 전체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는 노조 쟁의대상이 '근로조건'에 한정됐으나,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경영 결정을 두고도 교섭을 할 수 있는 만큼 파업 빈도가 늘어날 공산이 클 전망이다.

반도체는 수많은 협력사가 얽힌 복잡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데다, 한번 공장이 멈추면 수조 원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파업 빈도 증가는 치명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삼성과 SK는 전문가 확충을 통해 노무 리스크에 대비하는 가운데 경제단체 등을 통해 사용자 정의의 구체화, 노동쟁의 범위 제한 등 보완 입법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회원사에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며 대응책을 찾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단체교섭과 쟁의 행위의 대상이 되는 사업 경영 상 결정은 어떤 것인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이 문제에서 고용노동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