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오포가 애플을 뒤따라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고성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직접 개발해 성능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포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 집중한 성과로 샤오미 등 경쟁사를 뛰어넘고 중국 1위 스마트폰업체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는 폴더블 스마트폰 '파인드N'을 시장에 출시하며 하드웨어 경쟁력을 증명했고 해외시장 진출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천밍융 오포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는 2022년 초 신제품 발표회에서 “우리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를 겨냥해 출시한 제품은 해외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체 고성능 AP로 차별화 노려
천밍융이 장기 성장 전략으로 스마트폰의 프리미엄화를 내세우면서 오포는 자체 역량으로 AP와 맞춤형 시스템온칩(SoC) 등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AP의 성능 경쟁력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을 장악한 전략을 뒤따르기 위한 목적이다.
오포는 그동안 퀼컴이나 미디어텍 등 외부 팹리스 기업에서 AP를 사들여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했는데 앞으로는 직접 AP를 설계한 뒤 대만 TSMC를 통해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자회사인 상하이제쿠를 통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 TSMC의 6나노미터 공정으로 맞춤형 AP를 출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2024년에는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AP와 모뎀을 통합한 SoC도 출시한다는 계획도 두고 있다.
상하이제쿠는 오포의 반도체 자회사로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 대만 미디어텍 등 반도체 회사 출신 엔지니어로 구성됐다.
직접 설계한 AP를 탑재하게 되면 제품마다 최적화된 설계를 기반으로 운영체제(OS)나 어플리케이션까지 안정적으로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이 이런 방식을 통해 성과를 낸 대표 사례로 꼽힌다.
외부에서 조달하는 AP는 최적화가 어려워 단말기 발열 등 대표적 단점을 지니고 있다. 스마트폰 단말기 발열이 심할 경우에는 연산과 그래픽 처리 성능이 떨어지고 배터리 소모 속도가 빨라진다.
다만 오포가 AP를 이른 시일 안에 개발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오랜 기간 인수합병과 인재영입을 통해 반도체 칩 설계 역량을 쌓으며 2011년부터 자체 AP를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오포는 지난해 말에서야 자체 개발한 신경망처리장치(NPU) 칩을 공개했지만 이를 통해 자체 반도체 설계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천밍융은 ‘오포 미래기술대회 2021’에서 “기술업체는 가장 핵심 기술력으로 핵심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아야 한다"며 "가장 기본적 핵심 기술도 갖고 있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용 AP가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천밍융은 “자체 반도체 출시는 오포 연구개발 단계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을 의미하고 기본적 핵심 기술에서 큰 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을 뜻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2022년 초에 열린 오포 신제품 발표회에서도 중기적 성장 전략을 공개하며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반도체 경쟁력을 강조했다.
오포는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이 가치들이 모여 기업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오포는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반도체 개발에 힘쓰겠다”고 했다.
반도체 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계획도 추진된다. 천밍융은 2019년 열린 미래기술대회에서 "앞으로 3년 동안 연구개발 비용에 500억 위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매체 쏘후테크에 따르면 오포는 현재 중국 베이징, 상하이, 선전, 둥관, 일본, 미국 등 지역에 6개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선전, 둥관, 청두, 인도 등 지역에 4개 연구개발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 오포 프리미엄 스마트폰 성장 이끌어
오포는 사업 초창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하드웨어 기술력을 높이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시노리서치의 1분기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데이터에 따르면 오포가 1280만 대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중국매체 시나테크는 오포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 전략을 통해 애플, 삼성전자의 길을 선택해 따라서 걷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나테크에 따르면 천밍융은 2022년 2월 인터뷰에서 “우리가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소비자 수요에 따른 결정이다"라며 "하지만 가격대를 높인다고 해서 프리미엄 제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져 소비자의 사용 만족감을 높여야 하고 이 과정은 매우 길겠지만 장기적 시점에서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포는 지난해 말 4년을 매진한 끝에 첫 폴더블폰 모델인 파인드N을 공개해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파인드N에 쓰이는 경첩(힌지)은 136개 부품으로 구성돼 있고 가공 정밀도가 0.01미리며 관련된 특허만 125개에 이르는 것으로 소개됐다.
천밍융은 이런 기술력을 앞세우는 동시에 생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등 다양한 장소와 수요에서 소비자들이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파인드N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오포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벤치마킹해 스마트TV, 스마트워치, 블루투스이어폰, 스마트밴드 등 소비전자와 액세서리 제품라인도 늘리면서 스마트폰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천밍융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애플과 삼성전자의 전략을 참고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2021년 공개한 신년 서신에서도 앞으로 대부분 스마트폰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 본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포는 다른 중국 스마트폰 기업과 달리 사업 초기부터 가격 포지션을 중고가로 잡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격 전쟁이 일어나며 치킨게임이 벌어질 때 오포는 큰 타격 없이 버텨냈다.
중국매체 시나테크에 따르면 천밍융은 “오포는 제품 가치에 따라 가격을 설정한다”며 “신제품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기 보단 정교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선택했다. 소비자에 가장 좋은 제품을 판매하려는 간단한 기업일 뿐 복잡한 전략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밍융은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자 기회를 잡았고 프리미엄 전략을 장기적 성장 로드맵으로 설정했다.
오포는 학습기 대기업인 BBK그룹에서 독립해 나온 기업으로 경쟁 스마트폰업체 비보와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천밍융은 BBK그룹 창업주이자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돤융핑, 비보 회장을 맡고 있는 선웨이와 함께 BBK그룹의 초기 기반을 함께 다졌다.
천밍융은 BBK그룹의 VCD, DVD, MP3 등 오디오 사업부를 이끌다가 오포 브랜드를 출시해 오디오 사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6년 해외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경쟁력에서 밀리자 스마트폰 사업으로 오포의 방향을 틀어 독립해 나왔다. 노녕 기자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탐구-오포 천밍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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