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후보의 등용문격인 경기도지사에 누가 도전할까.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6·13 경기지사선거에 도전하려는 후보들의 움직임은 여느 지방선거 때와 달리 조용하다.
 
‘대선 코스’ 경기지사 누가 나오나, 염태영 안민석 김은혜 원희룡 거명

▲ 염태영 전 수원시장(왼쪽부터),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대선 승리가 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지방선거를 위한 정치 행보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짙다.

평소 같으면 당내 예비후보들이 당내 경선을 준비하며 선거캠프의 진용을 짜고 준비운동을 할 시기지만 대선이 코앞이라 지방선거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양새다.

하지만 경기지사가 대선으로 향하는 코스로 여겨지는 만큼 조용히 조직력을 다지고 선거를 준비하는 움직임은 조금씩 감지된다.

특히 민주당에서 유력 후보로 꼽혔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불출마하기로 해 다른 후보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시장직을 내려놓으며 가장 먼저 경기지사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염 전 시장은 15일 수원시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수원의 더 큰 발전 모두를 위한 ‘자치 분권의 나라’를 향해 담대하게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수원은 도내 가장 많은 인구인 118만 명을 품은 곳이다. 염 전 시장이 수원에서 내리 3선을 한 만큼 지역 내 지지기반이 탄탄하다. 경기지사선거에 출마했을 때 충분히 경쟁력을 과시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지방선거에서는 행정능력이 정치 능력 이상으로 유권자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비록 국회의원 경험은 없지만 수원시정을 11년 넘게 살피며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작지 않은 자산이다.

5선 안민석 의원도 유력한 경기지사 후보로 꼽힌다.

안 의원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선거부터 경기도 오산시 지역구에서 내리 다섯 번 당선돼 당내에서도 무게감 있는 중진 정치인으로 꼽힌다.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의혹제기와 폭로로 국민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많이 알렸다.

안 의원은 이재명 대선후보의 측근이기도 하다. 현재 대선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맡고 있고 이 후보와 개인적 친분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의 승패는 안 의원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조정식 의원(5선), 김태년 의원(4선) 등 중진급 의원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초선 김은혜 의원이 정치 신인임에도 유력한 경기지사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김 의원은 MBC와 MBN에서 기자와 앵커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에서 당선됐고 당 대변인, 대선 선대위 공보단장 등으로 일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저격수’로서 면모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방송 활동과 청와대 대변인, 당 대변인을 맡으며 대중 앞에 서는 일을 했던 덕분에 정치체급에 비해 얼굴이 많이 알려졌고 인지도가 높다는 강점을 지닌다.

국민의힘에서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심재철 전 의원(5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 전 의원(5선) 등 경기도에서 지역구 활동을 했던 무게감 있는 전직 의원들도 거명된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의 다음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도 조사를 보면 안민석 의원 14.4%, 김은혜 의원 12.1%, 염태영 전 수원시장 6.9%, 심재철 전 의원과 김태년 의원 각각 5.3%, 정병국 전 의원 3.5% 등으로 집계됐다.

다만 ‘없음’(19.1%), ‘잘모름’(17.1%) 등 부동층이 36.2%로 많은 편이라 경기지사 선거 판세는 여전히 안개속이란 시선이 많다.

이 조사는 경기일보와 인천일보가 의뢰해 4~5일 이틀 동안 경기도에 사는 만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정치 거물의 도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도는 인구 1353만 명으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경기지사에 오르면 곧바로 잠룡 대열에 들어서게 된다.

대선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여·야 정치인들이 노려볼만한 자리다.

일부에서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였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경기지사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하며 제주지사 자리를 내려놓은 원 전 지사로서는 경기지사 자리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다음 대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면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데 2024년 22대 총선까지 기다리기엔 공백기가 너무 길다고 판단할 수 있다.

3·9 대선의 결과는 다음 경기지사선거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임기 초반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대체로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측면이 있다. 일종의 허니문 기간인 셈이다.

앞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데는 취임한지 1년 정도 된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심리가 적잖이 작용했다.

더구나 이번엔 대선과 간격도 3개월밖에 안 되는 만큼 대선의 분위기가 거의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선 결과에 따라 각 정당의 경선 판세도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과의 친소관계와 대선 뒤 이뤄질 각 당의 세력개편, 정치지형의 변화 등이 각 후보의 유·불 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