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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의 '불편한' 훈수

신현만 mannn@careercare.co.kr 2015-11-23  11: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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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북한이나 북한의 핵무기가 아니다. 또 미국을 소외시키지 않고 중국에 다가가는 것도 아니다. 바로 경제다. 박 대통령이 대규모 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에 온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13일 166명의 기업인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다룬 기사의 한 부분이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는 박 대통령과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 주류의 시각 중 하나다.

  워싱턴포스트의 '불편한' 훈수  
▲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를 읽다가 나는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가 생각났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도 아마 그런 관점에서 기사를 쓴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말은 클린턴이 처음 대통령 선거에 임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당시 클린턴의 경쟁자는 부시 전 대통령(아버지 부시)이었다. 강력한 리더십을 자랑해 온 부시는 1992년 걸프전을 통해 세계에 미국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부시는 여세를 몰아 선거전에서도 계속 강력한 미국을 역설했다.

이에 대응하는 클린턴의 전략은 민생과 경제회복이었다.

클린턴과 민주당은 미국인들이 전쟁에 짜증을 내면서 경기침체로 힘들어 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시와 공화당이 내건 '강력한 미국'이 아니라 '경제'를 들고 나왔고, 중산층과 서민의 먹고 사는 문제인 '민생'에 공약의 초점을 맞췄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말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게 됐다.


이 캐치프레이즈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면서 초짜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작금의 우리 경제상황을 생각하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국민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한국경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저성장국면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가경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은 올 들어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누적수출액은 작년보다 7.6% 줄었다.

특히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보다 15.8%나 급감해 충격을 주었다.

수출이 부진하다고 해서 내수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내수는 정부의 공격적 경기부양책 덕분에 가까스로 불씨가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국가경제의 토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인데 국가 지도자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처럼 문제는 경제인데,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뜬금없는' 사안 때문에 연일 나라가 시끄러운 셈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핵심평가기준은 경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몇 해씩 졸업을 미루는 '늙은 대학생'들이 도서관과 대학가 카페를 점거한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연일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국경제의 폭탄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국가경제를 이끌면서 세계시장을 주름잡았던 조선 철강 화학 분야의 한국의 제조기업은 이제 몇 조 원씩 적자를 내는 문제아로 전락했다.


외신들은 한결같이 한국경제가 길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기사에서 한국경제가 멈췄다고 전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법과 한국경제의 활로를 찾는데 국가의 에너지를 모아야 하는 것 아닐까?


어느 조직이든 조직책임자의 어젠더가 많으면 조직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 지도자들의 관심사가 분산돼 있으면 국가적 역량이 흩어져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외국 언론사로부터 훈수를 듣는 것은 참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도 이제 훈수에서 벗어날만큼 경험과 지식이 쌓였고 안목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가?

신현만은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회장으로 언론인이자 리더십 전문가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겨레신문 기자로 활동했고 한겨레신문사 자회사 사장과 아시아경제신문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사장의 생각> <보스가 된다는 것> <능력보다 호감을 사라>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이건희의 인재공장> 등 많은 베스트셀러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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