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9일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서’를 공개하고 10월 기본계획을 고시하기로 하면서 제2공항은 정부 원안대로 서귀포 성산읍에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제2공항 건설을 놓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과의 강대강 대립구도가 이어져 원 지사와 제주도민과 관계는 매우 불편한 상황에 놓여있다.
원 지사는 공론화와 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제2공항 건설 추진을 강행했다. 이에 공항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릴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물리적으로 무산시키기까지 했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처음부터 공항 건설을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제2공항은 애초 제주 주민들이 요구해서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입지 선정과정이 불투명하고 사전 타당성 용역이 부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제주도의회 의장도 공론화 조사 요구를 거듭 내놨고 지역 언론의 설문조사 발표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제주지역 대학교수 100명이 선언문을 내놓으면서 공론화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다시 들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개인 유튜브방송을 통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공론화 불가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주민 설득이나 대화는 원 지사의 도정 스케줄에 한 줄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설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지역 언론의 설문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비전문가는 제2공항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 주민들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으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원 지사가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공론화 조사에 부정적 의견을 강하게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제주 영리병원 건립사업이 취소된 뒤부터다. 시점이 공교롭다는 말이 나왔다.
영리병원사업 취소에 이어 핵심공약으로 추진한 제2공항 건설마저 강한 반발로 제동이 걸리자 원 지사가 제2공항 건설을 무조건 밀어붙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의 기본계획 고시는 10월이다. 남은 기간 원 지사가 지금처럼 주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도지사를 믿지 않는 주민과 주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도지사의 관계가 계속 이어진다면 제주도민 모두에게 불행할 뿐이다. 이제는 원 지사가 주민과 대결구도를 중단하고 주민들을 다독이고 화합에 나서야 할 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