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회사들이 해외생산을 늘리고 있다.

국내생산을 늘리려면 높은 인건비와 노사갈등에 따른 생산차질 등의 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현지화 전략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한국 자동차회사들, 해외생산 계속 늘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기아차 멕시코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1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 한국 자동차회사의 국내생산량은 2011년 465만7094대를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국내생산량은 2012년 456만1766대, 2013년 452만1429대로 2년 연속 줄다가 지난해 452만4932대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생산이 답보상태에 있는 동안 해외생산은 크게 늘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회사들은 지난 3월 해외에서 40만1784대를 생산해, 해외생산 월간 40만 대 시대를 열었다.

한국 자동차회사들은 2011년 11월 월간 해외생산 30만 대를 넘어선 지 3년4개월 만에 40만 대를 넘어섰다. 또 지난해 12월 세운 해외 최대생산 기록 39만2068대도 경신했다.

한국 자동차회사 가운데 해외생산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2004년 41만5959대였던 해외생산량이 지난해 441만4094대로 10배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량은 346만9464대에서 452만4932대로 0.3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자동차 조사기관 IHS오토모티브는 한국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2021년까지 400만대로 감소하는 반면 해외생산은 54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과 중국, 멕시코 등에서 공장을 짓고 있거나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쌍용차 역시 연간 판매량을 10만대 정도 늘려 공장을 완전가동한 뒤 중국 현지 생산을 검토하기로 했다.

자동차회사들이 국내보다 해외증산을 택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높은 인건비와 노사분규 등에 따른 생산차질 위험 등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스테판 자코비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최근 한국의 인건비 문제를 지적하며 인도가 새로운 수출기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자코비 사장은 “ 한국에서 지난 5년 동안 인건비가 50%나 올랐다”며 “한국GM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효율성을 높일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해외생산 증가는 신규시장 개척과 현지화 전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은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생산을 한다는 특성이 있어 해외투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중국의 경우 완성차를 들여오려면 22.5%의 관세를 물어야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현지생산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해외 현지생산을 통해 환율 위험을 분산할 수도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회사들이 현지 전략차종과 SUV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해외생산량도 확대하고 있다”며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이 늘면서 루블화와 유로화 환율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