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발전이라는 소임을 맡아 바라던 성과를 적잖이 이룬 이 시점이 자리를 비울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가 2일 물러났다.
 
[오늘Who] 홍석현은 왜 한국기원 총재를 갑자기 그만두나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


홍 총재는 ‘바둑계 미투’로 촉발된 내부 갈등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한국기원을 떠나게 됐다.

한국기원은 5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집행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홍 총재가 사임하는 이유로 한국기원의 내부 갈등으로 부담을 느꼈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프로바둑 기사회가 집행부 해임 건의안을 결의해 홍 총재에게 정식으로 건의하는 등 그동안 집행부을 향한 불신이 깊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홍 총재가 어제 갑작스럽게 사임의사를 밝혔다”며 “내부적으로 논의 없이 나온 의사결정이라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로바둑 기사회는 10월29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임시 기사총회를 열고 송필호 한국기원 부총재와 유창혁 사무총장의 해임 건의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송 부총재 해임 건의안은 찬성 141표(반대57표 무효5표 기권1표)로 유 사무총장 해임 건의안은 찬성 124표(반대76표 무효3표 기권1표)로 가결됐다.

유 사무총장은 1일 기사총회의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며 홍 총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프로바둑 기사회가 집행부 해임을 건의한 이유는 바둑계 미투를 계기로 드러난 한국기원의 잘못된 행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바둑계 미투운동은 올해 4월 헝가리 출신 디아나 코세기 초단이 김성룡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한국기원은 성폭행 의혹을 조사하면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표현을 보고서에 넣어 기사들의 반발을 샀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쌓여온 집행부를 향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노영하 프로9단은 10월1일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홍 총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으로 13개 항목에 걸쳐 한국기원을 비판했다.

노 9단이 든 13개 항목 가운데 홍 총재가 재임 기간에 추진해온 인터넷사업 추진과 바둑TV 분리도 포함됐다.

홍 총재는 바둑계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인터넷방송사업을 선정해 추진해왔다. 홍 총재는 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 CJENM의 방송사업부문 가운데 바둑TV를 인수했다.

한국기원이 바둑TV를 직접 운영하는 과정에서 CJENM이 운영했을 때보다 방송 사고도 잦고 질이 떨어졌다는 팬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홍 총재가 바둑TV의 방송기술에 관한 자문을 JTBC에게 받기로 결정해 바둑TV를 사유화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10월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 총재는 결코 그런 생각(바둑 TV 사유화)이 없다고 해명했다.

홍 총재가 인터넷사업을 활성화하기위해 지속적 관계를 맺어온 인터넷 바둑회사 '사이버오로'와 계약관계를 끊고 다른 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국기원 안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이버오로는 한국기원이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2000년 한국기원의 홍보팀이 운영하던 인터넷바둑이 세계사이버기원으로 독립했다. 

노 9단은 10월 3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홍 총재가 바둑계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질문에 “과거 중앙일보에서 주최했던 바둑경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폐지된 상태”라며 “홍 총재가 취임한 뒤 중앙일보가 주최하던 기잔을 부활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데 다른 곳에 기전을 늘리라는 요구를 할 수 있겠냐”며 대답했다.

홍 총재는 2014년 1월 한국기원 총재로 선임됐다. 5년가량 총재로 재임하면서 시니어 및 여자 프로바둑리그 기전을 창설하고 바둑 관련 정부 예산을 늘려 바둑 보급사업을 활성화했다.

2016년 3월 홍 총재는 인공지능(AI) 알파고에게 명예9단증을 수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