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수서발 KTX 법인 설립 강행
코레일 동의 없이는 민영화 없다 주장…코레일 이사회 독립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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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경찰은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
2013년 12월 19일, 철도노조 파업 11일째. 철도노조에 대한 경찰의 전방위 압박이 시작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40분께 대전역 인근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부산지방본부, 영주지방본부, 호남지방본부에 대한 압수수색도 강행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9시 경찰청에서 정국지방경찰청장 회의를 열어 철도파업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7000여명의 철도노조원이 직위해제 당했으며,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노조지휘부 및 간부급 21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철도노조의 상황은 암울하다. 파업 8일째인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에서 그동안 누차 민영화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도 민영화 하지 말라고 파업하는 것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 경제에 피해를 주는 전혀 명분 없는 일”이라며 철도노조를 강력히 비난했다. 하루 앞선 15일에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들은 불법파업으로 안녕하지 못하다”며 “다른 어떤 조건을 붙이지 말고 파업을 바로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사방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철도노조는 그러나 파업과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노조의 입장은 이러하다. “박 대통령님, 어찌 당신의 말을 믿으란 말입니까?”
철도노조가 이만큼 강경하게 파업을 강행하며 ‘수서발 KTX의 법인 설립’을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철도 민영화로 가는 분수령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지난 10일 수서발 KTX를 코레일에서 분리해 주식회사로 설립하는 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이번 안은 철도 민영화 논란의 불씨를 지핀 국토안전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기초로 한다. 국토부가 올해 6월 확정 발표한 해당 안에 따르면 코레일이 신설법인 지분의 41%를 보유하고, 나머지 59%는 공공자금이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철도노조는 공공지분 59%에 대해 코레일이 언제든 민간업체에 매각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는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기점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나머지 6개 코레일 자회사 역시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며 결국 철도 전체의 민영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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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노조는 19일 오후 6시 서울광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통해 수서발 KTX자회사 설립 중단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줄기차게 ‘민간자본이 아닌 공공자본을 통해 설립되는 자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민영화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 정부는 코레일 동의없이는 민영화 없다고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지난 7월 중순 '민간매각 방지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안은 공공부문 보유 지분 매각시 코레일 이사회의 특별결의(재적이사 2/3출석, 2/3찬성)를 거치도록 했다. 지분 41%를 보유한 코레일의 동의 없이는 민영화가 불가능하도록 한 장치다. 또한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관에 금지조항을 넣었으며, 이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같은 조건으로 이사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했다. 따라서 코레일이 반대하는 한 지분매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국토부는 위의 내용이 민영화 방지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김앤장·세종·한결 등 법무법인을 통해 검증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들 법무법인의 검토 결과 이번 대책이 정부의 주장대로 ‘코레일의 동의 없이는 공공지분이 민간에 매각되는 것을 방지하는 실효적인 방안’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 코레일 특별결의에 과연 민영화 ‘NO’가 나올 수 있을까?
그러나 정부가 검증까지 받은 대책에는 두 가지 큰 허점이 있다. 첫 번째는 신설법인의 지분 59%를 보유하는 공공기관의 역할이다. 이들 공공기관은 단순 재무적 투자가 성격을 띤다. 재무적 투자가들의 관심은 경영이 아니라 '수익'에 있다. 이들은 언제든 지분을 비싸게 매입할 주체가 있으면 보유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다. 매입의 주체가 민간사업체든 다른 공공기관이든 그것은 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국토부는 신설법인 정관에 '공공부문 보유 지분(59%) 매각 시 특별결의' 조항을 넣었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하며 코레일의 동의 없이는 민영화도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코레일의 ‘특별결의 조항’이 얼마나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지난 10일 수서발 KTX 신설법인 설립안이 통과된 코레일 이사회에는 이사 13명 중 12명이 출석했고 출석 이사 전원이 설립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박 대통령이 방점을 찍었던 ‘코레일의 동의’를 얻는 것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첫 삽을 뜰 때부터 정부의 뜻에 만장일치로 “예스”를 외친 코레일 이사회가 앞으로 갑자기 반대의 뜻을 보일 가능성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구성될 신설법인 이사회와 이사회의 정관개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철도노조의 의심과 불안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