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기자 khpark@businesspost.co.kr2018-06-11 17: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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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정비사들의 무더기 이직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비사들 이탈이 장기화하면 앞으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지만 정비사들 이탈을 막기 위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정비사들이 임금 등 처우문제로 잇달아 이직하면서 회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정비사들 십여 명은 최근 다른 항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아시아나항공 정비사들 다수는 나이가 50대인데도 불구하고 대리직급에 머물러 있는 등 승진 적체를 겪고 있는 데다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을 받지 못하면서 이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현직 정비사들은 선배 정비사들로부터 빨리 다른 항공사로 이직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등 흉흉한 소식이 나돌고 있어 동요하고 있다”며 “익명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 이직과 관련한 글들이 돌아다니고 왜 정비사들이 아시아나를 떠나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직 문제는 정비사들 개인의 선택 문제”라며 “퇴사 사유 가운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개선하도록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대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정비사들의 이탈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이 항공기 도입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점도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정비사들의 이직을 부추길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들은 항공기 보유대수를 늘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만큼 숙련된 정비사 수요는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은 올해 들어 항공기 3대를 새로 들여왔는데 앞으로 항공기 6대를 추가로 도입하고 1대 반납해 항공기 보유대수를 5대 더 늘리기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항공기 보유대수를 5대 더 늘리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새 기종을 도입할 방침을 정했다. 이스타항공도 올해 항공기 보유대수를 3대 추가로 늘리고 올해 말 새 기종도 들여오기로 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올해 항공기를 각각 5대와 2대, 1대 더 들여올 계획을 세웠다. 다만 진에어는 대한항공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중정비를 아시아나항공에 맡기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 정비사들 이직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6월1일 기준으로 정비사 1420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2018년 1분기 말 기준으로 여객기 69대와 화물기 12대 등 항공기 81대를 운용하고 있다.
항공기 1대당 정비인력이 17.5명으로 국토교통부 권고기준보다는 5.5명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입 정비사를 채용해 정비사 이직에도 정비사 수를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경력 있는 정비사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항공기 정비시간이 더욱 오래 걸리는 등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정비사는 결원이 발생한다고 곧바로 대체 가능한 직군이 아니다”며 “이는 항공기 정시성과 고객 안전에 직결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항공기 지연 등을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3년 동안 천재지변을 제외한 사유로 항공기 운항을 늦춘 횟수가 국적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다.
최근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천재지변을 제외한 사유로 항공기를 지연한 건수가 각각 3만7713건 결항한 건수가 921건으로 국적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