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중앙일보 및 JTBC 회장이 청와대로부터 손석희 앵커 교체를 요구하는 압력을 받았다고 뒤늦게 공개하면서 뒷말이 무성하게 나온다.

홍 전 회장은 이번 대선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캠프 양쪽에서 뜨거운 구애를 받고 있는데 이번 발언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포석인지 주목된다.

  홍석현, 박근혜의 손석희 교체 압력 왜 뒤늦게 공개했나  
▲ 16일 유투브에 올라온 ‘JTBC 외압의 실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동영상 캡쳐.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이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박근혜 정권에서 JTBC에 직접적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직접 발언한 것을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영향력 있는 언론사 사주였던 홍 전 회장이 왜 하필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박근혜 정권의 언론탄압 사실을 전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는냐는 것이다. 

김진애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손석희 뉴스룸이 오늘따라 달리 보인다. 박근혜가 이재용에게 손석희 자르라고 두 차례 압력을 가했다는 홍석현의 증언이 있었다"며 대통령이 할 짓이 아니었다고 비난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제부이기도 한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JTBC 태블릿PC 의혹에 기름 부은 꼴이다”며 “박근혜로부터 손석희 교체 압력에 위협 느꼈지만 견뎌냈다는 주장은 언론불신만 키운 꼴'”이라고 홍 전 회장을 맹비난했다.

손석희 앵커는 JTBC ‘뉴스룸’ 방송 이후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정부든 언론의 입장에선 불편한 관계여야만 한다”고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보였다.

JTBC는 지난해 최순실씨 태블릿PC의 실체를 처음 보도하며 박근혜 게이트의 도화선을 당겼다. 더욱이 손석희 앵커는 인지도 등에서 국민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홍 전 회장이 대선을 불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언론탄압 시도를 공개한 것은 여러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홍 전 회장이 직접 영입한 '손석희 구하기'에 나선 것일 수도 있고 JTBC 태블릿PC 보도 관련 보수층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JTBC의 영향력 확대 자체를 노렸을 수도 있다.

홍 전 회장은 대선출마 포기선언 이후에도 정치권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9일 오마이뉴스가 홍 전 회장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는 12일 홍 전 회장 집을 찾아가 점심을 함께 했다. 문 후보는 그 자리에서 홍 전 회장에게 외교와 통일과 관련된 내각에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안 후보가 보수층에서 지지층을 빠르게 넓혀나가면서 돌파구가 절실하다. 문 후보가 홍 전 회장을 직접 찾아가 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선은 과거와 양상이 많이 다르다.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싸움으로는 어느 쪽도 승산이 없다.

JTBC와 같은 계열사인 중앙일보는 과거 친여 성향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보수언론의 대명사격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JTBC는 태블릿PC 보도 이후 촛불집회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는 반면 친박집회에서 최대 공격을 받는 매체로 바뀌었다.

홍 전 회장이 정치적 야망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중앙일보를 이끌어온 사주로서 향후 정치적 야망을 실현할 큰 그림을 그리려면 진보와 보수 프레임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안 후보 캠프도 홍 전 회장의 지지를 노골적으로 원하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랑 내가 만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안철수 후보쪽에서도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면서 "금명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이 두 후보를 놓고 어느 쪽에 힘을 보탤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홍 전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커보인다.

홍 전 회장은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고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내가 지니고 있는 국제적 인맥과 상징성으로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