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이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1조원에 가까운 적자에 시달리는 GS건설을 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일단 허 회장 일가의 막내인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을 긴급 투입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GS건설 유상증자에서 허씨 일가의 몫으로 할당된 1300억원 가량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더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 뺨치는 오너 경영인 투입
GS건설은 오는 3월21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사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허창수 회장의 막내동생인 허태수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부의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 GS건설 사내이사로 선임된 허태수 GS홈쇼핑 사장 |
그룹 측은 “허명수 부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빠지지만 대외업무는 계속 할 것”이라며 “이사진만 교체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허 회장이 GS건설을 살리기 위해 허태수 사장을 투입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허 사장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GS건설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는데다 그동안 허 사장이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오너 경영인이지만 A급 전문경영인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사장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후 GS홈쇼핑을 탄탄하게 키워 왔다. 허 사장이 이끈 GS홈쇼핑의 지난해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으로 2008년 3140억원에 비해 400% 이상 늘었다. 그래서 ‘홈쇼핑 빠꼼이’로 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허 사장이 비상근 이사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GS건설의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허명수 부회장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상증자 1300억원 할당량 처리가 관건
GS건설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허 회장 일가가 증자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18일 GS건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구주주를 대상으로 보통주 2200만주를 유상증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모집금액은 5236억원(예정발행가 2만3800원 기준)이다. 허창수 회장 등 오너 일가들에게는 1310억원이 할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 허창수 GS그룹 회장 |
주주우선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증자를 현재 신주배정비율대로 계산하면 오너 일가에 할당될 몫은 허창수 회장 509억원 등 총 1310억원에 달한다. 또한 이번 증자에서는 배정주식의 20%를 추가 청약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할 경우 그 규모는 1570억원에 이른다.
공교롭게도 오너 일가 중 넷째인 허명수 전 사장이 이끈 시기에 GS건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이번 유상증자 과정에서는 허 회장 일가가 상당한 부담을 지도록 돼 있다.
GS건설은 해외 사업장 부실의 영향으로 지난해 937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부채비율은 전년 187%에서 277%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에는 허창수 회장의 셋째동생인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만큼 허 회장 일가는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며 “대주주로서 할당량만큼은 어떻게든 처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