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PBR’ 기업 명단이 공개된 이후 관련 종목에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내년 5월 재공표 전까지 저PBR 해소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개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 2일 저PBR 151개 종목 가운데 76%가 상승 마감했다. <챗GPT>


다만 개선계획 공시가 자율이어서 이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만큼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 추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내 증시를 보면 저PBR 공표 이후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정규거래 동안 저PBR 상장사 주식 151종목 가운데 76.16%인 115종목이 상승 마감했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는 저PBR 96종목 가운데 80종목(83.33%)의 주가가 올랐다.

이날 코스피 저PBR 종목들의 평균 상승률은 2.04%로, 코스피 전체 상장종목 939개의 평균 상승률(1.49%)을 웃돌았다.

현대제철(11.61%) 롯데쇼핑(9.28%) 이마트(7.09%) 등 저PBR로 꼽힌 대형주가 큰 폭으로 올랐다.

주주환원 여력이 있는 대형주에 기대가 먼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저PBR 공표가 거래대금이 큰 대형주와 저PBR 업종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책 효과는 공표 하루보다 기업의 계획 공시와 이행을 거쳐 길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PBR 공표제도는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려고 마련된 제도로 이날부터 시행됐다.

한국거래소는 시행에 앞서 전날 코스피 96곳, 코스닥 55곳 등 저PBR 기업 151곳 명단을 발표했다.

선정 기준은 업종별 PBR이 3년 연속 하위권(코스피 25%, 코스닥 10%)인 기업 185곳 가운데 개선계획을 공시한 34곳을 제외했다.

명단은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내년 5월4일 두 번째 공표 전날까지 게시된다.

아울러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도 저PBR 태그가 표출된다.

저PBR로 선정된 종목들의 평균 PBR은 약 0.25배로 집계됐다. PBR은 시가총액을 장부상 순자산(자본총계)으로 나눈 값이다.

평균 0.25배라는 것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장부상 순자산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다.

정부는 낮은 PBR을 기록한 기업들을 채찍으로 압박하는 대신 명단 공표와 인센티브로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으로도 저PBR 기업이 PBR을 높이기 위한 목표와 방안을 담은 개선계획을 공시하면 공표 대상에서 제외한다.

한국거래소는 명단에 오른 151곳을 대상으로 저PBR 원인 분석과 목표 설정, 계획 수립을 돕는 1:1 맞춤형 컨설팅도 진행한다.

명단에 오른 기업들이 내년 5월 재공표 전까지 개선계획 공시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추진할 경우 주가 저평가 해소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선계획 공시가 자율이어서 목표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한국거래소가 제재하기 어려워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끌어낼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 제도 도입을 앞두고 많은 기업의 계획 공시를 이끌어 냈지만 실제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려면 이행을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공표 제외 요건에 배당·자사주 매입 실적 등을 추가하고 목표 대비 이행 내역을 공개하는 것 등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 한국거래소는 2일 저PBR 공표 제도를 시행했다. <연합뉴스>


정부도 관련 정책 보완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올해 8월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9월3일 국회에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상속·증여세는 주식 평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이 정해져 주가가 낮을수록 최대주주의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인데 정부는 이를 ‘주가 누르기’ 유인으로 본 것이다.

개정안에는 최근 13개 반기(6개월 단위) 중 12개 반기 이상 같은 업종 안에서 PBR이 하위권이었던 기업의 최대주주 보유 주식을 더 높게 평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저평가를 유지해도 세금이 줄지 않게 해 최대주주가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PBR을 높여 저PBR 상태에서 벗어날 유인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27년 4월1일 이후 상속·증여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최대주주의 부담을 키우는 방안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 성과를 낸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6월 보고서에서 “기존의 자발적 공시 독려를 넘어 실질적인 가치제고 성과를 보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세제 혜택 등 강력한 유인책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이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