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청년층의 ‘소득 상향 이동률’이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취업 이후 경력개발·이직 지원 정책의 실효성이 과제로 떠올랐다.

청년들이 취업 이후에도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높은 일자리로 옮겨갈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재직자 교육과 경력이직 지원을 추진하는 만큼 이러한 지원이 실제 소득상승 또는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시민들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직정보 게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국가데이터처가 전날 발표한 '2024년 소득이동통계 결과'를 보면 2023년과 2024년 모두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15세 이상 내국인 2850만 명 가운데 소득분위가 달라진 비율은 33.0%로 집계됐다. 2019~2020년 35.8%에서 4년 연속 하락해 2017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득 상향 이동은 개인의 근로·사업소득에 따라 전체 분석 대상을 5개 분위로 나눴을 때 전년보다 높은 분위로 올라간 경우를 뜻한다. 소득이 늘더라도 상대적인 소득분위가 그대로라면 상향 이동에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청년층(15~39세)의 소득 상향 이동률은 2022~2023년 23.0%에서 2023~2024년 22.4%로 하락해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향 이동률은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지만 전년 대비 하락폭도 0.6%포인트로 가장 컸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에서 벗어난 청년의 비율은 38.4%에서 37.7%로 낮아진 반면 상위 20%인 5분위에 머무른 청년의 비율은 83.9%에서 84.8%로 높아졌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정책통계연구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한 청년은 소득 상위 분위에 머무는 반면 그렇지 못한 청년은 하위 분위에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고소득 일자리에 들어가는 청년들이 예전만큼 많아지지 않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청년들이 일하는 직장의 임금과 고용 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도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21~2025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분석해 27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2025년 청년층(19~34세)의 '좋은 일자리' 비율은 27.95%로 중장년층(35~61세)의 37.68%보다 9.73%포인트 낮았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좋은 일자리 기준을 활용해 임금과 노동시간, 고용 안정성, 4대보험 가입 등의 조건을 충족한 비율을 산출한 수치다.

임금 격차도 나타났다. 2025년 청년층의 월평균 임금은 319만6천 원으로 중장년층의 438만2천 원보다 약 119만 원 적었다. 두 연령층의 임금 격차는 2021년 100만 원에서 확대됐다.

취업 이후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길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높은 '1차 노동시장'의 채용 수요가 정체되면서 청년들이 근로조건이 불리한 '2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1차 노동시장은 민간 300인 이상 기업체의 상용직, 2차 노동시장은 민간 300인 미만 기업체의 임금근로자 전체와 300인 이상 기업체의 임시·일용직을 말한다.

한국은행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23~28세 청년들의 일자리 이동을 분석한 결과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할 확률은 2014~2019년 3%대에서 2023~2024년 1%대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1차 노동시장에서 같은 일자리를 유지할 확률은 80%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높아졌다.

중소기업 등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상용직으로 옮겨갈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청년고용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상용직 고용창출력이 낮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을 지목했다. IT 제조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커진 반면 상용직 채용 비중이 큰 비IT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부진하면서 경제성장이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 확산도 청년들의 취업 문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AI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직무와 산업에서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강화되고 청년들이 주로 담당하던 초급·기초 업무의 수요가 줄면서 1차 노동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8월28일 '청년일자리 회복방안'을 발표하고 취업 이후 경력성장을 지원하는 '커리어 점프업' 정책을 내놓았다. 당시 정부는 2024년 기준 20대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대기업 351만 원, 중소기업 230만 원으로 121만 원의 격차가 나는 점 등을 청년고용의 구조적 문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재직 청년의 직무교육을 확대하고 경력과 훈련 이력 등을 통합 관리해 이직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 직무능력은행제를 '커리어뱅크'로 개편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경력이직을 지원하기 위해 상생협력기금 운영 매뉴얼에 이·전직 관련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정부가 재직자의 직무역량을 높이고 경력이직을 지원하더라도 기업의 채용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면 실제 일자리 이동과 소득상승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 성과가 다른 산업의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에서 쌓은 경력과 숙련이 채용 과정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동시장 간 이동 장벽을 낮추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