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세계에서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다.

단순히 품질만 좋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 마케팅도 필수적인데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소비자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을 만든 회사와 소비자들 사이의 ‘신뢰’다.

  LG전자 G4 V10 업데이트 지원 번복 ‘유감’  
▲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G4'(왼쪽)와 'V10'.
이런 점에서 LG전자가 최근 스마트폰 G4와 V10의 업데이트 문제를 두고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럽다.

LG전자는 애초 두 스마트폰을 놓고 안드로이드 누가(7.0)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갑자기 입장을 바꿔 업데이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LG전자 측은 “두 모델의 경우 안드로이드 5.0과 6.0환경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돼 한 차례 업그레이드를 진행한 바 있다”며 “하지만 LG전자는 고객이 선택할 권리를 존중해 OS업그레이드 진행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V10의 경우 2분기 중에, G4는 3분기에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고객에게 안드로이드 7.0을 지원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정은 한국 기준이며 해외는 해당 국가에서 별도로 공지할 예정”이라며 “단 최적화 문제로 안드로이드 7.0으로 업데이트할 경우 일부 앱에서는 속도 저하, 튕김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측의 해명은 ‘우리로선 할 만큼 했는데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으니 업데이트는 해주겠다. 하지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참조하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G4는 2015년 4월, V10은 2015년 10월에 각각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당시 출고가가 82만5000원(G4),79만9700원에 이른다.

출시 2년이 채 안 된 고가의 프리미엄폰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LG전자를 상대로 업데이트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여론의 등쌀의 못 이겨 마지못해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LG전자 측이 내놓은 해명은 너무나 궁색해 보인다.

LG전자 측은 OS 최적화 문제를 얘기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G4와 V10에 사용된 중앙처리장치(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08인데 이 칩셋을 사용한 구글 넥서스5X는 이미 누가 업데이트를 완료했다. 또 G4, V10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가 누가 업데이트를 준비 중인 것을 감안하면 LG측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LG전자가 업데이트 방침을 갑자기 바꾼 것은 10일 출시를 앞둔 G6의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G6는 실제 사전 예약판매 1만대를 넘기며 LG전자의 ‘스마트폰 악몽’을 벗어나게 해 줄 기대주로 국내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G6를 구매한 고객이 앞으로 2년이 채 안 돼 업그레이드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