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 'AI주 버블 붕괴' 변수로, 빅테크 실적과 데이터센터 투자 시험대

▲ 에너지 위기가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또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인공지능 관련주 및 증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아마존 데이터센터. <아마존>

[비즈니스포스트] 이란 전쟁이 촉발한 전 세계 에너지 위기가 미국 빅테크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의 가파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에너지 원가 상승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설비 투자 위축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테슬라를 필두로 한 미국 빅테크 기업,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의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시장에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메타와 구글 지주사 알파벳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조만간 콘퍼런스콜을 열고 1분기 실적 및 중장기 사업 계획을 발표한다.

나스닥 지수가 1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실적을 바라보는 증권가와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의 주가 상승세가 빅테크 기업들에 특히 더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13거래일 동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약 20%, S&P500 지수는 13%가량 뛰었다.

S&P500 지수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35% 안팎으로 지난해 10월 기록했던 역대 최대치인 36%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의 새 먹거리인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성장성에 시장의 기대감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로이터는 이러한 추세가 '인공지능 버블 붕괴' 리스크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산업에 투자심리가 악화하면 증시 전반에 충격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으로 지난 수 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과거 ‘닷컴 버블’과 같은 대규모 주가 하락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의 중장기 성장에 시장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진 만큼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는 성과가 부진하다면 다수의 기업 주가에 타격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빅테크뿐 아니라 엔비디아와 같은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이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큰 수혜를 예상하고 있던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 위기 'AI주 버블 붕괴' 변수로, 빅테크 실적과 데이터센터 투자 시험대

▲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로이터는 최근 들어 에너지 위기로 이러한 우려가 다시금 힘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 산업은 대규모 전력 사용에 의존해 에너지 공급망과 관계가 깊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에서 곧 나올 실적 발표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원인이 된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직후 처음 진행되는 콘퍼런스콜인 만큼 사실상 인공지능 거품 논란의 시험대로 꼽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나 공급망 차질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실적이나 중장기 투자 계획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어서다.

로이터에 따르면 모간스탠리는 올해에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등 설비 투자 규모가 8천억 달러(약 1176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BNP파리바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투자가 모두 현실화된다면 전기요금이 급등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는 자연히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조사기관 S&P글로벌 비저블알파는 로이터에 “에너지 가격 상승은 빅테크 실적에 아직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이 설비 투자를 축소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증시 조정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인다면 이는 자연히 인공지능 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전력기기 등 여러 인프라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수혜를 바라보던 여러 업종 기업들의 주가에도 타격이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반도체와 에너지 등 인공지능 관련주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진 한국 증시에도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로이터는 인공지능 시장의 중장기 성장 전망을 고려하면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단기적 변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전했다.

이란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갈등은 전 세계 인공지능 기술 경쟁을 촉발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인공지능이 군사무기 기술에도 핵심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이터는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인공지능 관련주의 상승을 예측하던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빠른 속도로 실현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