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아이코스'의 독주를 막아낸 '릴'의 외연을 넓히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나섰다.

KT&G는 기존 3개 플랫폼에 이어 올해 신규 플랫폼 출시까지 예고하며 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계획하고 있다. 플랫폼별 흡연 방식과 전용 스틱, 맛 선택지를 세분화한 전략이 소비자 취향 분산에 대응하며 릴의 1위 경쟁력을 떠받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T&G '아이코스' 독주 막은 힘은 '확장성', 방경만 올해 '릴' 성장판 더 열까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회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브랜드 '릴'의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의 '아이코스'가 독주하는 것을 막아내고 있다. < KT&G >


21일 KT&G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새로운 궐련형 전자담배 플랫폼을 선보이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KT&G가 신규 플랫폼을 선보이게 되면 릴의 라인업은 기존 제품군인 릴 솔리드, 릴 하이브리드, 릴 에이블을 포함해 모두 4가지로 늘어난다.

현재 전 세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보면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아이코스'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KT&G의 '릴'이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방경만 사장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대응한 것이 거세지는 경쟁 속에서도 릴의 1위 수성을 가능하게 한 비결로 꼽힌다.

KT&G는 현재 릴 솔리드, 릴 하이브리드 3.0, 릴 에이블 3.0 등 3가지 제품을 운영하고 있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도 현재 기본형인 아이코스 일루마i, 고급형인 아이코스 일루마i프라임, 보급형인 아이코스 일루마i원 등 3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아이코스 제품들의 차이를 살펴보면 일루마i와 일루마i프라임은 디자인만 다를 뿐이다. 일루마i원은 앞선 두 모델에는 없는 '연속흡연'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일루마i·일루마i프라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고급 기능들이 빠졌다.

사실상 단순 흡연 기능에 있어서는 세 기기가 모두 같은 기기다. 자동차로 치면 세 기기 모두 같은 엔진이 들어가고 차 외형과 부가 기능만 다른 셈이다.

반면 KT&G의 릴은 제품마다 차이가 크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가장 초기 모델인 릴 솔리드는 가장 전통적인 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용 스틱인 핏(Fiit)을 사용한다. 

반면 릴 하이브리드는 디바이스에 액상 카트리지를 결합한 뒤 전용 스틱인 믹스(MIIX)를 삽입하는 구조다. 액상을 가열해 발생한 증기가 스틱을 통과하면서 흡연이 이뤄진다. 릴 하이브리드는 이를 통해 기존 가열식 전자담배보다 연무량은 늘고 특유의 찐 맛을 줄였다.

릴 에이블은 전용 스틱인 에임(AIIM)을 흡연모드에 매칭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통합된 전용 스틱 에임은 보통 리얼(각초형), 그래뉼라(과립형), 베이퍼스틱(액상형) 등 세 가지 종류로 나눠진다. 이를 위해 릴 에이블의 첫 제품인 릴 에이블 1.0에는 2022년 업계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했다. 
 
전용 스틱의 맛 종류에서도 아이코스와 릴의 차이는 벌어진다. 

아이코스는 일루마i, 일루마i프라임, 일루마i원의 전용 스틱은 셋 모두 테리아(TEREA)와 센티아(SENTIA)다. 테리아는 18종, 센티아는 6종으로 모두 24종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반면 릴은 릴 솔리드, 릴 하이브리드, 릴 에이블 세 기기가 각각 다른 전용 스틱을 사용한다. 릴 솔리드의 전용 스틱 '핏'은 11종, 릴 하이브리드의 전용 스틱 믹스는 13종, 릴 에이블의 전용 스틱 '에임' 15종 등 모두 39종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흡연자의 흡연 취향과 맛의 다양성 측면에서 릴이 아이코스를 앞서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의 사용성을 높이고 사용 편의성과 상품 다양성을 확대한 것이 릴의 시장 지배력 확대에 하나의 동력으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의 바탕에는 방 사장의 전략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T&G는 2017년 11월 릴 1.0 한 모델로 출발했다. 이후 방 사장이 전략본부장을 맡기 전까지는 신제품으로 릴 플러스, 릴 미니, 릴 하이브리드 1.0 등 3종류를 출시한게 전부였다. 

릴 플러스와 릴 미니는 아이코스처럼 단순히 디자인과 사이즈를 변경하거나 약간의 부가 기능을 추가한 게 전부였다. 사실상 이 기간 신제품은 릴 하이브리드1.0이 전부인 셈이다.

하지만 방 사장이 2020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으며 릴의 멀티플랫폼 전략이 뚜렷해졌다. 

△2020년 릴 솔리드 2.0·릴 하이브리드 2.0 △2021년 릴 솔리드 2.0 △2022년 릴 하이브리드 Ez·릴 에이블 1.0 △2023년 릴 하이브리드 3.0 △2024년 릴 에이블 2.0·릴 솔리드 3.0 △2025년 릴 솔리드 Ez·릴 에이블 2.0 플러스 △2026년 릴 에이블 3.0 등 솔리드·하이브리드·에이블을 축으로 각 라인별로 신제품을 꾸준히 내놨다.
 
KT&G '아이코스' 독주 막은 힘은 '확장성', 방경만 올해 '릴' 성장판 더 열까

▲ 에임 체인지업(왼쪽)과 에임 쿨샷. < KT&G >


반면 이 기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은 국내 시장에 △2017년 아이코스 2.4 △2018년 아이코스 3 △2021년 아이코스 일루마 △2024년 아이코스 일루 i 등의 시리즈를 내놨다. 사실상 아이코스 3과 아이코스 일루마i가 직전 제품의 개선 버전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아이코스의 세대 교체는 2.4·3.0에서 일루마·일루마i로 올 때 한 번 이뤄진 셈이다.

방 사장의 멀티플랫폼 전략은 판매량과 매출 증가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국내 스틱 판매량은 64억 개비 수준으로 2018년보다 약 5.3배 늘었으며 매출 또한 5873억 원으로 2018년보다 3.3배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만 유일하게 아이코스를 이겨내고 1위를 수성한 것을 두고 방 사장이 '글로벌 사업 전문가'라는 평가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방 사장은 애초 글로벌 사업에서 역량 보였던 점을 인정받아 대표이사에 발탁됐다. 그는 2015년 2월부터 2021년 부사장으로 승진하기 전까지 6년가량 KT&G 글로벌본부장을 맡았다. 

방 사장이 글로벌본부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KT&G는 해외시장별 맞춤형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진출 국가 수를 40여 나라에서 100여 나라로 확대했다. 이에 2018년 KT&G가 사상 최초로 해외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것도 방 사장의 역량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방 사장의 다품종 전략이 재고 문제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릴 솔리드의 '핏'과 릴 하이브리드의 '믹스', 릴 에이블의 '에임'은 각각 전용 기기가 아닌 다른 기기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코스는 세 기기 모두 테리아·센티아 등 전용 스틱을 공유한다.

KT&G 관계자는 "회사는 시장 판매량과 보유재고 현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및 분석을 통해 제품 생산량과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며 "악성 재고 및 물량 수급과 관련해서 어려움 없이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