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에 부는 '자사주 소각' 기대감, 구본걸 재무구조·지배력 유지 걸림돌 없어

구본걸 LF 회장이 '3차 상법 개정안'을 계기로 LF 자사주를 소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구본걸 LF 회장이 10%에 이르는 회사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재무와 지배구조 측면에서 안정적 여건을 갖춘 LF가 소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구본걸 회장 앞에 자사주 소각과 관련한 리스크가 사실상 없는 만큼 이번 상법 개정을 계기로 기업가치 상승을 노릴 가능성이 떠오른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F의 자사주 비율은 9.58%다. 

패션기업 상장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사주 비율이 3%에 그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LF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매 사업연도마다 150억 원 범위 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실제로 매입을 이어왔다.

회사의 자사주 비율은 2020년 2.67%에서 2023년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4년 6.12%, 2025년 8.80%, 2026년 3월 기준 9.58%로 꾸준히 상승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LF 역시 2024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와 지속가능경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F가 구본걸 회장이 이끄는 오너기업인 만큼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다.

통상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한 이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기도 한다. 필요한 경우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하거나 계열사로 넘겨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LF 역시 계열사를 통한 지배력 관리 가능성이 거론됐다. 실제로 구본걸 회장의 장남 구성모씨는 LF의 2대주주인 'LF디앤엘(옛 고려디앤엘)' 지분 91.58%를 보유하고 있다.

LF디앤엘은 조경 사업을 하는 회사지만 비상장 가족회사로 업계에서는 구 회장에서 구성모씨로 이어지는 승계 구도의 핵심 계열사로 알려져있다. 구 회장이 직접 지분을 증여하기보다 구성모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LF디앤엘이 LF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이 승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LF에 부는 '자사주 소각' 기대감, 구본걸 재무구조·지배력 유지 걸림돌 없어

▲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으로 LF가 자사주 소각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해 LF가 자사주 비율을 꾸준히 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일각에서는 본다.

상법 개정에 따라 LF가 실제로 자사주 소각에 나설지는 확신할 수 없는 셈이다.

다만 3차 상법 개정안이 LF의 자사주 소각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정안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 역시 1년6개월 안에 정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LF의 재무 여력과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자사주를 소각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이 구 회장에게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회사의 현금 흐름은 안정적인 편이다. 

1~3분기 기준으로 볼 때 LF의 유동자산은 2023년 1조2494억 원, 2024년 1조2459억 원, 2025년 1조1324억 원으로 꾸준히 1조 원을 웃돌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역시 같은 기간 1681억 원, 1658억 원, 2824억 원으로 증가했다.

재무구조가 불안정하다면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당분간 더 보유할 명분을 만드는 식으로 대안 찾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LF의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하다는 점에서 상법 개정의 취지에 일부러 반대하는 기조를 보일 명분은 적어 보인다.

지배구조 역시 안정적인 편으로 평가된다. 구 회장과 LF디앤엘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현재 57.48% 수준으로 파악된다. 자사주를 소각하더라도 경영권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LF는 지난해 4분기 패션 부문의 회복과 코람코자산신탁의 실적이 더해진 결과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며 "패션기업들이 장기간 주가 하락을 겪으면서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보다 낮아진 만큼 최근 실적 반등 국면에서 다시 관심을 가져볼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