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3월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품 발표회에 참석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애플 차기 CEO에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는 하드웨어 설계 전문가 존 터너스를 중심으로 이뤄질 중장기 사업 방향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애플이 맥북 네오를 출시해 윈도 PC 제조사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며 “제품 전략이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날 미국에서 599달러, 한국에서 99만원부터 판매되는 새 노트북 ‘맥북 네오’를 공개했다.
맥북 에어와 프로 모델, 아이폰17e와 신형 아이패드 에어,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모니터 신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연일 새 상품을 출시하며 공세에 나선 셈이다.
주요 외신들은 애플이 최근 발표한 제품들이 대체로 이전작보다 판매가 또는 체감 가격을 낮추며 가격 대비 성능비를 적극 앞세우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아이폰17e와 아이패드 및 맥북 신모델은 기존에 출시된 제품과 가격이 동일하지만 D램이나 낸드플래시 저장장치 등 메모리반도체 용량을 비롯한 사양이 개선됐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전례 없는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하며 단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과감한 결단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애플이 프리미엄 ‘올인’ 전략을 장기간 고집해 온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도 사실상 크게 빗나갔다.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맥북 네오는 더 많은 소비자들에 합리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획기적 가격으로 새롭게 설계됐다”며 “애플만이 만들 수 있는 노트북”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맥북 네오와 같은 보급형 제품으로 새 고객층을 끌어들이고 이들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다른 기기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600달러 안팎에 판매되는 윈도 PC와 비교하면 맥북 네오가 디자인과 기능, 부품 사양과 같은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지는 현재 시점에서 더욱 효과를 볼 공산이 크다.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제품 판매가에서 부품 원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D램과 낸드플래시 단가 상승분을 가격 인상으로 반영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 애플 '맥북 네오' 전시용 제품. <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애플에 보급형 중저가 하드웨어 시대가 열렸다”며 “이는 이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지만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은 최적의 기회를 열어줬다”고 분석했다.
주요 경쟁사들의 올해 신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하면 애플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더 돋보일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이미 최근 공개한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6 시리즈의 가격을 소폭 인상했다.
애플의 이러한 전략은 약 15년에 걸쳐 경영을 총괄했던 팀 쿡 CEO의 교체 가능성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팀 쿡 CEO가 애플의 인공지능(AI) 전략 실패와 아이폰 이후 새 성장동력 확보 고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애플 신제품 발표 전면에 등장한 존 터너스는 애플의 차기 CEO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는다. 애플에서 약 25년 동안 근무한 하드웨어 설계 전문가다.
애플은 최근 존 터너스가 제품 설계에 이어 디자인도 총괄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겼다. CEO 승계를 위해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애플이 하드웨어 가성비 전략을 이어가며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우수한 설계 능력은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따라서 존 터너스의 역할은 앞으로 더 주목받을 공산이 크다.
이번에 애플이 프리미엄 중심이던 하드웨어 사업 방향성을 대대적으로 바꾼 점도 존 터너스 시대의 전략 기조를 보여주는 예고편에 해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팀 쿡 CEO는 최근 임직원 회의에서 “앞으로 5년 또는 10년 뒤 누가 애플을 이끌어갈 지 고민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세대교체가 어느 정도 검토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와 관련해 “존 터너스는 팀 쿡을 대체할 가장 유력한 CEO 후보”라며 “최근 공식 석상에 등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