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반도체 투자 비판했던 창업자 장중머우, 일본 공장 설립 '대환영'

▲ 장중머우 TSMC 창업자가 2024년 2월24일 일본 구마모토 공장 개소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장중머우 TSMC 창업자가 일본 구마모토에 신설되는 파운드리 공장 투자 계획을 환영하며 일본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대규모 반도체공장 투자를 추진할 때 내놓았던 비판적 발언과 다소 상반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6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장중머우 창업자는 TSMC 구마모토 공장 개소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자랑스럽고 기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 재건은 글로벌 공급망 강화 및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TSMC가 마침내 투자 계획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장중머우는 TSMC가 2019년부터 일본 정부에서 현지 반도체공장 투자 제안을 받아 왔다며 이번 공장 설립이 일본과 전 세계에 모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TSMC 일본 공장 설립에 합작법인 투자사로 참여하는 일본 소니와 자신의 인연도 소개했다.

미국 반도체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츠에서 일하던 1968년에 자신이 일본을 방문해 아키오 모리타 소니 공동창업자와 협력을 논의했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장중머우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TSMC의 신규 공장 투자에 전망이 밝다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감사의 뜻도 내놓았다.

이날 장중머우가 TSMC의 일본 투자 계획에 긍정적 관측을 제시한 것은 그동안 해외 공장 설립 계획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적 발언을 전했던 것과 뚜렷한 온도차가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모교인 미국 미국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연설을 진행하며 TSMC가 그동안 대만에 대부분의 공장을 운영해 온 점이 성공에 주효한 비결이었다고 강조했다.

대만이 지리적 효율성과 우수한 인재 기반 등으로 여러 장점을 갖추고 있어 TSMC의 효과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TSMC 반도체공장 투자 유치를 노리던 2021년에는 전문인력 확보 및 경제성 등 측면의 문제로 미국에서 TSMC의 성공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이 결정된 뒤에도 장중머우는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이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장중머우가 일본 공장에는 사뭇 다른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배경에는 일본이 갖추고 있는 여러 장점과 정부 차원의 적극적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 등 분야에서 여러 우수한 기업을 갖추고 있는 데다 과거에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를 다수 운영했던 만큼 충분한 공급망 및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TSMC의 공장 건설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시하며 경제성 확보에 기여한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장중머우가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그동안 TSMC의 대만 이외 국가 투자에 부정적이던 태도를 벗어나 일본 공장 설립에는 환영하는 뜻을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일본은 TSMC가 대만과 비슷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지역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며 “많은 어려움이 남아있겠지만 성공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중머우는 현재 TSMC 경영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지만 이번 공장 개소식과 같은 중요한 행사에는 대만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로 참석하는 사례가 많다. 김용원 기자